[보험 따라잡기 (26)] ‘빽빽이’ 보험약관 개선…시각화 통해 보험분쟁 줄인다
박혜원 기자
입력 : 2020.09.13 02:48
ㅣ 수정 : 2020.09.13 02:48
면책·감액기간, 변액보험의 원금손실 가능성 등 유의사항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금융위원회
(
금융위
)
가 지난달
31
일
,
보험분쟁 해소를 위한 약관 이해도 개선의 일환으로
,
보험계약 체결 시 그림과 도표가 포함된 약관 요약자료 제공을 의무화 했다
.
이에 생명
·
손해보험사는
9
월부터 보험 신상품 약관에 약관이용 가이드북과 약관요약서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
보험 상품의 특징을 그림이나 도표로 시각화해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
특히 금융위는 해지환급금 수준이나 청약 철회를 위한 날짜 계산 등
복잡한 보험상품 특징이나 구조를 설명할 때 그래프를 활용하도록 했다
.
금융위는 보험 가입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여타 상황도 구체적으로 안내하도록 했다
.
보험가입 기간 중 보험계약 대출 등
소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만화 형태로 연출하게 끔 했다
.
여기에는 가입 시 자주 접수되는 민원 사례도 포함된다
.
계약 전 가입자에게 알릴 의무를 비롯해 면책
·
감액기간
,
변액보험의 원금손실 가능성 등
유의사항을 안내해야 한다
.
또한 보험약관의 주요 내용을 안내하는 동영상으로 연결하는
QR
코드도 삽입해야 한다
.
이번 조치는 이달 출시된 보험 신상품 및 개정상품에 우선 적용된 상태로 내년부터는 모든 상품에 적용된다
.
보험약관 시각화의 궁극적 목적은 보험 관련 분쟁을 해소하는데 있다
.
대부분의 보험약관은 난해한 용어와 모호한 표현이 많아 가독성이 떨어진다
.
게다가 관련 분량이 수십 페이지에서 많게는 백여 페이지에 달한다
.
이처럼 빽빽하게 기록된 보험약관으로 인해
,
가입자들이 약관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다보니 매년 수천 건에 달하는 보험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
이에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생명
·
손해보험사들을 대상으로
‘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
를 실시하는 등
일명
‘
빽빽이
’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
■ 약관 시각화로 분쟁 늘어나진 않을 듯, 면책 요소나 비지급 사례 강조가 중요
그렇다면 금융위가 의무화한 보험약관 시각화가 보험분쟁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
이에 대한 우려는 금융위가 지난해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이유는 보험상품을 그림으로 설명할 경우
,
내용에 대한
‘
해석 차이
’
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는 대부분의 보험분쟁이 모호한 약관 규정으로 인한 해석의 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
그런데 약관을 글이 아닌 그림으로 설명할 경우
,
그 해석의 차이가 오히려 더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에 대해 보험분쟁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김병규 변호사
(
법무법인 하민
)
는
“
약관을 그림으로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
어디까지나 약관을 보충 설명하는 차원에서 수록되는 것이기에 새로운 분쟁의 소지가 된다고 보긴 어렵다
”
며
“
만약 소비자가 그림을 잘못 이해해 보험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그 내용을 명확히 설명하는 문장이 약관에 있다면 법원에서는 문장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
고 설명했다
.
최근 새로운 보험상품을 출시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
금융위에서 제공한 약관 요약서 모범 예시안을 검토한 결과 특별히 문제가 될 부분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약관 요약서를 만들었다
”
며 밝혔다
.
또한 그는
“
문제가 되기보단 소비자가 보험 약관을 손쉽게 이해하고 보기에도 눈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
고 밝혔다
.
보험 약관 시각화가 보험분쟁을 늘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보험사들이 시각화를 통헤 특정 상품의 장점을 부각하는데 집중한다면
,
시각화를 통해 분쟁의 요소를 줄이겠다는 금융위의 예상은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즉
,
시각자료를 통해 면책 요소나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사례를 강조하는 등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알게 풀어줘야 분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
■ 시각자료 첨부하니 약관 분량 증가해…분량 줄이라는 기존 지침과는 반대
다만 시각자료를 첨부함으로써 약관
‘
분량
’
이 길어지는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금융위가 시행하는 약관 이해도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으려면 약관 분량을 줄여야 한다
.
하지만 어려운 약관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선 그만큼 그림이나 그래프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
이에 보험사들은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
.
약관에 그림과 도표를 넣다 보면 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보험업계 관계자는
“
보험 신상품을 출시하며 요약 자료에 그림과 도표를 넣다 보니 약관 분량이
7
페이지나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
며
“
시각화 취지 자체에는 동감하지만 약관 분량을 줄일 것을 강조했던 금융위 지침과 다소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
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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