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코로나19치료제 긴급사용 승인, 바이오신약기업 진화의 '신호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축적해온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제약사들 간에 벌어지는 '속도전'에서 셀트리온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목표를 정하면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서정진 회장의 기업가 정신도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으로 처음 제약업계에 발을 내디딘 셀트리온은 지난 2009년 이후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한차례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장기적인 투자 없이도 바로 성과가 나왔던 CMO 사업과 달리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오랜 기간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그러나 꾸준한 제품 개발 및 각종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결과, 셀트리온은 2013년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든 덕분에 제품 개발기술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다수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개발, 임상, 판매 허가 등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게 셀트리온측 분석이다.
‘램시마’는 유럽 시장에서도 점유율 52%를 기록할 만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 6월 기준 캐나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를 포함해 총 89개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상태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해서 늘려나가고 있다.
■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계속해서 두각 나타내…램시마 이외에도 트룩시마·허쥬마 개발
램시마 개발 이후에도 셀트리온은 TNF-α 억제제 시장에서의 제품 경쟁력 확대 차원에서 램시마의 SC(피하주사)제형을 개발했다. 지난 7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염증성 장 질환 등 모든 성인 적응증에 대해 최종 판매 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올해 6월 기준 총 31개국에서 승인을 획득하였으며 이외 국가들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허가 및 출시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셀트리온은 후속 제품인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CT-P10)를 개발했다. 트룩시마의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셀트리온의 첫 번째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램시마 초기와 비교했을 때보다도 훨씬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CT-P6) 역시 지난 2018년 2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허쥬마가 개발됐을 당시 유럽 시장에서는 퍼스트무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시밀러 제품 중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제약 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음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램시마·허쥬마·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 3총사’가 매출의 90% 이상 차지 /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는 항체 신약 부문 매출도 잡힐듯
셀트리온의 지난 8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상반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016억 원, 3021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 85.2% 성장한 수치다.
그중에서도 셀트리온제약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품목별로는 간장용제 고덱스가 348억 원을 포함하여 케미칼의약품 전체 65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국내 독점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매출은 램시마 71억 원, 트룩시마 46억 원, 허쥬마 56억 원을 달성했다. 한마디로 바이오시밀러 기업임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셀트리온 전체 매출에서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0.53%, 8.23% 정도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아직은 항체신약 부분의 경우 개발 중이기 때문에 매출 실적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 정도에 코로나19 치료제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신약이 출시된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항체 신약 부문의 매출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치료제 조기 '상업생산' 시동/약물 재창출 방식과 달리 약효 확실한 바이오 항체 신약
긴급사용 승인이란 긴급한 상황에서 의약품을 한시적으로 제조·판매·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임상시험을 생략하고 긴급한 사용을 허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역시 8일 정례브리핑에서 “항체치료제의 경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2상과 3상을 심사 중이며, 9월 중에는 상업용 항체 치료제 대량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이르면 연말 내 가능할 것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에서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 치료제의 경우 기존 약물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 전환하는 약물 재창출법이 아닌 진짜 ‘신(新)약’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약물 재창출법보다 공정이 복잡하고 연구개발(R&D) 과정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코로나19라는 특정 질병을 겨냥해 개발하는 항체치료제가 더 근본적이고 강력한 해법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강한 시장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 코로나 이전부터 계속해온 신약 개발…코로나 치료제 개발로 주목 받게 돼
특히 셀트리온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및 신속진단키트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중화항체 선별을 완료했으며 6월 세포주 개발 돌입과 동시에 페럿(Ferret)을 대상으로 한 동물효능 시험을 시행하기도 했다.
페럿에 이어 햄스터, 원숭이 등을 대상으로 효능성 및 독성 시험을 진행했으며 올해 6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와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인체 임상 1상에 돌입한 상태다.
셀트리온은 올해 연말과 내년 초까지 글로벌 임상 2, 3상을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치료제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외에도 광견병 항체 치료제, 치료용 항체에 효능이 우수한 화학 약물을 결합해 치료 효과를 월등히 개선한 ADC (antibody-drug conjugate) 등 다수의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각종 유행성, 계절성 인플루엔자에 모두 효과를 보이는 종합 인플루엔자 항체치료제인 CT-P27을 개발 중이다.
시험관(in-vitro) 실험과 동물실험 결과 지난 수십 년간 발생한 유행성 및 계절성 바이러스, 인간에게 전염된 적이 있는 조류매개 인플루엔자 대부분(H1, H2, H3, H5, H7 및 H9)에 대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구축한 '실력'과 '노하우'로 신약 개발 '속도전'
셀트리온이 이처럼 바이오시밀러 영역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을 초 단기간 내에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모든 제약바이오회사의 목표는 신약개발이고 이를 위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는데 사실 바로 신약 개발하는 게 어렵다 보니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먼저 진입해 시장의 가능성을 먼저 엿보고 결국 거기서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이전부터 항체 치료제 관련 신약 개발은 하고 있었으나 마침 코로나가 터지면서 신약 개발과 관련해 집중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 뿐만아니라 케미컬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서 종합적인 생명과학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설정한 만큼 신약 개발에 끊임없이 도전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