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75)] 대침투작전 시범을 통해 절감한 리더의 덕목(상)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9.29 13:15 ㅣ 수정 : 2020.11.21 15:54

직업군인 리더의 자질은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 조직관리는 ‘인자무적(仁者無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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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인자무적(仁者無敵)’이란 사자성어는 양나라 혜왕의 질문을 받은 맹자의 답에 나온다. 혜왕은 “예전에는 천하를 호령하던 진(晉)나라가 지금은 주위 나라들에게 땅을 빼앗기는 수모를 겪고 있는데, 과인은 이를 수치로 여겨 그들을 물리치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질문하자, 이에 맹자는 “만일 대왕께서 어진 정치를 베푼다면 이 땅의 모든 사내들은 몽둥이 밖에 없어도 갑옷을 입고 칼을 든 적군을 물리칠 것입니다. ‘인자무적(仁者無敵)’ 어진 사람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습니다”라고 답하며 명언을 남겼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시계편(始計篇)에도 ‘장자, 지신인용엄(將者, 智信仁勇嚴)’이라며 장수의 5덕중에 세번째로 ‘인(仁)을 강조했다. 인(仁)의 마음가짐은 지인기갈(知人飢渴, 부하의 배고픔과 목마름을 아는 것)과 동인노고(同人勞苦, 부하의 수고와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의 자세라고 했다.

 

▲  2015년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육사28기)이 필자와 청와대 집무실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과 시인 김지하가 “저토록 무섭고 슬픈 눈을 가진 사람은 처음 본다”고 평했던 국방장관 시절 사진 [사진자료=김희철/연합뉴스]
 

■  지휘세력을 타격하여 적의 숨통을 끊을 수 있게 준비하라

북한이 지난 22일 실종자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에게 총격을 가하고 불로 태워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김정은이 사과발표를 했다며 대단히 만족하는 듯한 행태가 계속되어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2010년에도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고 우리는 k-9자주포로 대응 사격을 퍼부었는데, 이 사건으로 취임한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적의 숨통을 끊을 수 있게 준비하라”, “지휘세력을 타격하겠다.”, “개성공단 인질 억류 시 군사조치를 취하겠다.” 등으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4년동안 북한은 도발을 못했다.

또한 김 장관이 북한 군부가 제일 두려워하는 존재로서 MB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많은 우여곡절 끝에 “국방부 장관에 연임된 것은 김정은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스트레스를 가하게 된 것이다”라며 기사화 되었고 그는 용장(勇將)이면서도 엄장(嚴將)임을 드러냈다.

 

한편 시인 김지하도 “저토록 무섭고 슬픈 눈을 가진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관진 장관의 눈은 깊고 그 빛은 강하다. 무서운 것은 강한 빛 때문이고, 슬픈 건 어떤 운명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저 깊은 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더는 조직관리를 위해서는 지장(智將)과 인장(仁將)이 돼야

하지만 필자가 사단 작전장교 시절 8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만 모셨던 김 전(前) 국가안보실장은 두려움에 떨게 하는 냉혈한도 아니었고, 어떤 운명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저 깊고 강한 눈빛을 가진 무서운 자라고도 느낄 수 없었다.

당시 작전참모 김관진 중령은 손자의 장수 5덕중에 지(智)분야에서 탁월하면서도 의외로 소박하고 지인기갈(知人飢渴)과 동인노고(同人勞苦)의 자질을 실천하는 인장(仁將)이었다.

군에서는 가을이 오면 동계를 대비한 추계진지공사가 진행된다. 마침 인접 군단에서 대침투작전 및 진지공사 시범이 계획되어 필자는 작전참모를 수행하여 참석했다.

시범장까지는 약 3시간 가까이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오전 회의를 마치고 비포장 도로를 따라 출발했다.

사단본부를 벗어나 고개를 몇 굽이 돌아 1시간 정도 지나자 도로가에 고장난 미군 짚차가 한대가 있었고 미군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

김관진 참모는 차를 세우고 미군들에게 “What's the matter with you?”라고 물어보았다. 미군의 답을 들은 그는 필자에게 가까운 부대에 연락해서 구난차를 보내주어야 하겠다며 그들을 안심시키고 인접부대 위병소에 들려서 응급 조치를 하도록 지시했다.

다시 이동하던 중 점심시간이 되자 마을 식당으로 들어갔다. 늘 김관진 참모에게 신세를 지고있던 차에 모처럼의 좋은 기회다 싶어 화장실에 가는 척을 하고 점심값을 미리 치루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참모의 인상이 구겨졌다. 

“야, 김희철…! 너 어디서 이런 거 배웠어? 상급자하고 같이 식사를 하면 상급자가 돈을 내는 거야…! 내가 너보다 봉급도 많이 받는데…”하며 본인의 지갑을 열어 식사값을 현금으로 필자에게 내밀었다. 

당시 군부대에는 출장비가 없었다. 심지어 소·중대장 시절 임무 수행을 위해 경비가 들어가 비용을 요구하면 상급자는 “장교가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지, 어떻게 경비를 요구하나? 한심한 장교 아니야…?”하는 면박을 받기도 했었다.

짚차 뒷좌석에서 잘 먹었다는 감사 인사도 못하며 안절부절하는 사이에 인접 군단의 대침투작전 시범장에 도착했다.(하편 계속)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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