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로나19 발 제약·바이오주 열풍, 옥석 잘 가려내야
2030 '빚투' 열기 위험성 커 /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이슈 넘어선 '다각적 기업분석' 필요
[뉴스투데이=한유진 기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임상 소식만으로도 연일 주가가 들썩인다. 2014년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 당시에도 제약사들이 치료제·백신 등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해 주가가 요동친 적 있었지만 올해만큼은 아니었다.
격변하는 주식시장 속 심지어 빚을 내어 주식에 투자하는 2030세대들도 늘고 있다. 때문에 코로나19라는 이슈에만 휩쓸리지 않고 제대로 된 안목을 통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 주가 급등한 기업이 이익 실현하면, 개미투자자에겐 악재
동학개미운동 열풍에 휩쓸려 일부 투자자들은 실적에 상관없이 기대감 만으로 주식을 사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신풍제약-신풍제지 사례가 있다. 지난 7월 신풍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올해에만 20배 넘게 급등하자, 신풍제약이 투자경고 종목으로 거래정지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신풍제지 주가가 15%나 오르기도 했다. 실제 두 기업은 전혀 연관 없는 기업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회사에 있어 주가상승은 호재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서 자본금을 확대할 수 있거나, 자사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경영자금으로 쓸 수도 있다. 일부 회사들은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자사주를 매각해 현금화하기도 한다.
주가가 오른 기업은 이처럼 여러모로 이득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보통 자사주 매각은 시장에서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살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 5월 모더나의 mRNA 백신의 1상 성공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기업의 주가가 20%나 상승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최고 경영자 두 명이 주식을 팔아 수백억의 차익을 남기기도 해 논란이 됐다.
■ 신풍제약 자사주 매각으로 순이익의 120배 유동성 확보/일반 투자자들은 "뒤통수 맞았다" 반응
이는 비단 해외 제약사의 일만은 아니다. 22일 신풍제약은 자사주 128만9천550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매각으로 얻은 금액은 2154억원으로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 18억원의 약 120배 규모였다. 즉 자사주 매각 한 번에 120년 치 순이익에 해당하는 돈을 확보한 셈이다.
때문에 신풍제약의 이번 자사주 매각을 두고 신풍제약 주주들 사이에선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2000억 먹튀다”라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았다. 신풍제약은 이번 매각 결정에 대해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 개발 과제를 위한 투자 자금 확보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 코로나19 백신 이슈의 위험성, 백신의 성공확률은 7% 불과
투자를 하기 전 염두해야 할 것은 치료제와 백신이 임상에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통 백신이나 치료제가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동물시험 단계인 전임상부터 사람 대상인 1상, 2상, 3상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개발 기간은 보통 10년 이상 걸린다.
물론 코로나19의 심각성으로 임상시험을 건너뛰거나 긴급승인사용 신청으로 개발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하지만 3상까지의 성공 확률은 희박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감염질환 치료제의 경우 임상 2상부터 최종 시판까지 성공확률이 27.5%, 백신의 성공확률은 7% 정도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제약바이오주 투자를 결정할 때에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라는 이슈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심화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환경, 시판까지의 낮은 성공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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