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소상공인 옥죄고 은행 이익 늘리는 신용대출 규제의 모순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지침에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돼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올해 신용대출의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생계비 충족과 더불어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향하는 투자자금이 몰린 결과로 진단했다.
따라서 당국은 9월 은행권에 신용대출 규제를 요청했고 은행은 자체적으로 대출 총량 관리에 돌입했다. 은행의 대책은 겉보기에는 효과적인 듯 보였다. 올해 9월의 신용대출 증가세는 전달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규제는 소상공인을 옥죄었으며 오히려 은행이 대출 금리인상을 통해 이득을 늘리게 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의 대출총량 규제가 당초 정책 의도와 어긋나는 효과를 초래한 셈이다.
■ 차주의 이자 상환 능력심사 강화…생계형 대출의 벽만 높여
금융당국은 코로나19의 지속세에 따른 경기의 둔화에 대비한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면서도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대출에는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는 '핀셋규제'를 제시했다. 즉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투자를 위한 대출을 규제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은행권이 차주의 이자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게 되면서 생계형 대출이 목적인 이들의 대출 벽도 덩달아 높아지게 되었다. 정작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대출을 못 받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생계형 대출에는 부담이 가지 않게 하자고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생계용 대출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의 목을 더 조르게 됐다.
당국은 현재도 은행에 차주의 이자상환 능력심사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을 뿐 투자 목적 대출을 핀셋 규제하는 방안을 내놓고 못하고 있다.
■ 신용대출 잔액은 여전히 증가 / 대출 금리인상으로 은행의 이자 수익만 올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5대 시중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의 신용대출 증가 규모는 2조1121억원이다. 4조원 이상 증가했던 8월(4조755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세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증가액 감소의 착시에 빠져서는 안된다. 증가액이 전달보다 감소해 자칫하면 신용대출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9월 신용대출 잔액은 8월(124조2747억원)보다 2조 1121억원 늘어난 126조3868억원이다.
또 최근 SK바이오팜부터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네인먼트 등의 공모주 열풍이 불었고 투자열기가 뜨거웠다. 투자를 목적으로 한 대출은 감소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4조5000억원으로 8월(4조2000억원)보다 늘어났다.
은행권은 당국의 신용대출 총량 관리의 지침에 호응해 금리인상·우대금리 축소·한도축소 등을 시행하고 나섰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 등이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먼저 직장인 대출 혹은 고등급 신용자의 대출을 건드렸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흘러가는 투자자금을 막는 것이 아닌 고신용자라는 두루뭉술한 기준으로 대출 규제를 한 셈이다. 그러나 투자가 목적인 사람이 대출금리가 1~2%가량 늘었다고 해서 대출을 포기할지는 의문이다. 고신용자의 투자를 목적으로 한 대출 수요를 금리인상으로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나아가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전체적인 금리 인상을 선보이는 은행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고신용자 뿐만 아니라 생계형 대출을 받는 사람도 높은 대출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대출 규제로 인한 금리인상은 이자수익을 늘리는 은행에만 좋은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주춤한 증가세에 안심하지 말고 대출 금리인상이 가져올 부작용을 인지해야 한다.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흘러가는 대출 경로를 파악해 ‘핀셋규제’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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