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1)] 대한민국은 알바공화국이다?
뉴스팀
입력 : 2020.10.18 00:00
ㅣ 수정 : 2020.11.21 16:16
광고썰전은 광고에 담긴 '프레임'과 시각을 설명 / 알바의 '전문성' 부각된 광고는 우리사회의 '아픈 단면'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정치권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 중 하나가 “프레임(Frame)”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라 정의되는 프레임은 정치권, 학계, 언론 등 이해집단은 물론 개인들도 일상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다.
똑같은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프레임에 따라 서로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광고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광고썰전”은 광고에 투영된 세상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이야기 할 것이다.
얼마 전 재미있지만 마냥 웃을 수도 없는 그런 광고를 보았다. 알바의 개념을 완전히 바꿀 정도로 전문가 뺨치는 능력을 가진 알바생들이 등장하는 광고다. 그 중 특히 재미있는 두 편을 소개하겠다.
편의점 편 ▶
매대를 뒤집어 놓는 알바생
캔 음료의 로고 위치가 제 각각인 진열대가 클로즈업 된다.
이때 “손은 눈보다 빠르다”라는 영화 타짜의 그 유명한 대사가 멘트로 나오며 알바생의 손이 진열대의 캔 음료들을 스쳐 지나간다.
순간 한방에 모든 로고가 정면을 보며 칼같이 정돈된다.
“와우! 스피드, 레이아웃 완전 매대를 뒤집어 놓으셨다.”라는 가수 박미경의 유행어로 마무리된다.
영화관 편 ▶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알바생
극장 매표소 앞에서 한 남자가 매표소 알바생과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손님: 나쁜 자식들 두 장이요
알바생: 아! 나쁜 녀석들 두 장 맞으시죠?
손님: 세차권은 어디서 받나요?
알바생: 주차권은 3시간까지 되구요, 왼쪽 복도 끝에서 받으시면 됩니다.
박미경: 와우! 이해력, 순발력 완전 충무로를 뒤집어 놓으셨다.
혹시 이 광고가 왜 재미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설명하겠다.
손님이 “나쁜 자식들”이라고 틀리게 말해도 알바생은 “나쁜 녀석들”이라고 정확히 알아 듣는다. 손님이 “세차권”이라고 잘못 말해도 알바생은 “주차권”이라고 제대로 알아 듣는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는다는 말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광고는 알바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하였다. 알바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비전문성, 단기, 임시 등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러나 이 광고에서는 프로 뺨치는 전문성을 가진 알바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마치 생활의 달인처럼 알바의 달인들이다.
소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최소 10,000 시간은 꾸준히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일만 시간의 법칙”대로라면 광고에 나오는 달인 급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매일 8시간씩 꼬박 5년 이상을 계속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 사회는 전문성이 필요한 사회이며 알바도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충분히 동의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남는다. 어디까지나 알바는 알바여야 한다.
임시로 단기간 하는 주업이 아닌 부업이 알바인 것이다. 그러나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알바가 주업이 된지 이미 오래다.
전문성이 필요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어찌어찌 하다 보니 오랫동안 알바를 하게 되고, 그 결과 전문가 뺨치는 수준의 달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얻어진 전문성이라면 그것은 이 사회의 아픈 단면일 뿐이다. 이제는 기업들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주요 고객인 젊은이들 덕에 많은 수익을 내고 성장한 기업들이기에 더더욱 그들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 책임 이전에 자신을 키워준 고객에 대한 인간적 도리이며 큰 은혜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인 것이다.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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