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소송, 금감원의 '말바꾸기'수용할까
2012년 에피스의 시장가액/ 12월 9일 6차 변론이 중대 분수령
[뉴스투데이=한유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여부를 둘러싼 삼바와 증권선물위원회 간의 행정소송이 12월 9일 진행될 6차 변론에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삼바와 증선위는 지난 14일 소송 5차 변론에서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미국기업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공시해 에피스를 지분법으로 처리하지 않은 것은 '분식회계'가 되는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바 측은 에피스에 대한 바이오젠의 콜옵션행사 가능성이 불투명한 2012년에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분류해 지분법으로 처리했을 경우, 그것이 바로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가 됐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반면에 증선위 측은 2012년에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분류해 시장가액으로 산정했다면 2015년 연말에 산정된 4조 9000억보다 훨씬 낮은 1조원 정도에 평가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2년에 콜옵션 공시를 누락한 게 결과적으로 2015년 연말에 삼바의 에피스 지분가치를 높이는 '분식회계'를 초래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2012년에 에피스를 자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분류했을 때 시장가액의 어느 정도 산정되는지에 따라 삼바의 분식회계 논란을 둘러싼 회계법적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증선위는 그동안 재판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출을 미뤄왔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 관련 문서를 전부 제출하기로 지난 14일 변론에서 결정했다. 해당 문서들이 제출되면 재판부가 지난 2012년 삼바의 회계처리가 분식회계였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의 판단은 12월 9일 6차 변론에서 상당 부분 드러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재판부가 1차 감리때와 전혀 달라진 금감원의 '말바꾸기' 논리를 수용할지 여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증권선물위원회-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공방은 왜? / 분식회계 시점 둔 금감원의 '말바꾸기'가 불씨돼
삼바는 2012년 미국의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은 지분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콜옵션’을 받았다. 콜옵션은 나중에 회사가 성장했을 때 일정 지분을 먼저 매입할 수 있는 약속을 말한다. 이를 통해 바이오젠은 추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50%-1주까지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2014년에 에피스를 회계상 ‘종속회사(연결)’로 규정했다. 2015년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공시하고, 에피스를 ‘관계회사(지분법)’로 전환했다. 단독으로 지배하던 에피스를 이때부터 바이오젠과 공동경영하게 됐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5월 발표한 특별감리(1차 감리) 결과에서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과정에 대해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의심했다.
삼성바이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바꾼 것이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결론 짓고 증선위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2018년 7월 증선위는 삼바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사항의 공시 누락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 이를 검찰에 고발 조치하면서도 고의분식 회계 부분은 판단을 보류한 채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2012~2014년의 회계처리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토대로 분식회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그런데 금감원은 재감리에서 분식회계 시점을 완전히 뒤집었다. 재감리에서는 2012년부터 에피스가 콜옵션을 가진 바이오젠과 공동경영을 한 상태이므로 2012년부터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했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즉 2012년에 콜옵션 공시를 누락한 채 에피스를 관계회사가 아닌 자회사로 유지한 게 기업가치를 높이는 분식회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1차감리결과의 논리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2015년 연말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이 분식회계라고 했던 입장을 버리고, 2012년부터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것이 분식회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증선위는 1차 감리를 근거로 2018년 7월 삼바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1차 제재를 했다. 이어 11월에는 재감리 결과를 근거로 과징금 80억원 부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등의 2차 제재를 추가로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의 두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낸 것이다. 법원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1·2차 제재에 대해 집행정지를 확정한 데 이어, 지난달 1차 제재 처분 취소 1심 재판에서 증선위가 내린 1차 징계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 회계처리 시점의 적정성 공방 / 콜옵션 성사 시점인 2012년 회계 변경했어야 vs. 콜옵션 가능성 2015년에야 높아져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14일 삼성바이오가 증선위를 상대로 “회계처리의 위법 여부를 가려달라”며 낸 소송의 5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증선위 측은 “삼성바이오는 2012년부터 자회사로 연결해 회계처리를 해오다가 2015년도에 지분법 회계처리로 변경했는데, 처음부터 연결 회계처리를 한 것이 잘못됐다”며 “2012년도부터 지분법으로 수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5년도에 공정가치로 평가해서 5조원 정도로 뻥튀기했고 그게 분식회계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 측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2015년에야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에피스를 관계회사 전환한 이유에 대해 2015년 하반기 에피스 개발제품이 판매허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또 삼성바이오 측은 “전형적인 사후적, 소급적 주장”이라며 “2012년, 2013년 시각에서 봤을 때 지분법으로 처리했으면 오히려 그게 분식회계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 증선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요구한 문서들 제출키로 / 분식회계 여부 명확히 가릴 수 있을듯
한편 이날 증선위는 그동안 재판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출을 미뤄왔던 문서를 전부 내기로 했다. 증선위 측은 “원고인 삼성바이오 측이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번주 안으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증선위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제출을 요구한 문서는 △증선위가 검찰에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의 외부감사 자료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감사 과정에서 작성된 내부 회의록 △금융감독원이 입수했다는 이른바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 원본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위탁 감리 자료 △금융감독원의 1·2차 감리 자료 △증선위와 금융위원회 회의록 등 기타 내부 판단 자료 등이다.
해당 문서들이 제출되면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가 보다 명확히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변론은 12월 9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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