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중고차 진출에 대한 박영선의 ‘이븐 포인트론’ 두고 직장인들 가시돋친 비판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완성차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의 중고차판매업 진출 계획에 대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익 없는 이븐포인트(even point)’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을 둘러싸고 직장인들이 가시돋친 비판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가 진출하면 소비자 권익이 증진되는지 여부만 따지면 되지 기업의 이윤창출 활동을 사전에 제약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전혀 맞지 않다는 지적들이 많다.
박영선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총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현대차가 중고차 판매를 통해 이익을 내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며 이익 없이 이븐 포인트(even point)로 가야 한다. 중고 판매업자들이 사후관리서비스를 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현대·기아차에서 분담하는 그런 형태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상생’에 초점을 둔 ‘조건부 허용’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7월 KAMA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기존 중고차 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이에 중기부는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5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 진출 제한하는 제도) 지정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칼자루를 쥔 박장관이 ‘이윤배제’를 원칙으로 제시한 데 대한 직장인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서 A씨는 “열정페이야? ㅋㅋ”이라고 반응했고, B씨는 “이 맛에 헬조선에서 사업하지 ㅎㅎ”라고 비꼬았다.
C씨는 “정부 사람이 기업보고 이익을 내지말라니....코미디구만. 양아치들 업종 청소하려면 기업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D씨는 “차팔이 양아치 짓 하는 건 괜찮고?”라고 반문했다. F씨는 “기업보고 돈 벌지 말라고 하면 오케이라니?”라고 했다.
이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기업이 신규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공익’못지 않게 ‘사익’이 주요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이념편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기존 중고차업체나 딜러들이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의 진출은 오히려 중고차시장의 신뢰를 제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실제로 관련 카페나 SNS상에서는 중고차 허위매물이나 강매 등으로 피해를 봤다는 등의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현대차에 의한 독점 우려 입장도 적지 않아 / 여론의 과반은 대기업 진출에 대해 ‘긍정’
물론 현대차에 의한 시장 독점 우려를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F씨는 “중고차 딜러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현대차가 독점하는 형태로 간다면 ‘합법적인 시장 점유’가 아니냐”며 “소비자에게 더 좋을지는 두고봐야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G씨 역시 “현재 중고차 시장과 달라질지는 잘 모르겠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H씨는 “영세 사업자들 다 죽어나겠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현대차 진출이 중고차 시장의 신뢰성과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I씨는 “테슬라도 자사에서 중고차를 관리한다”며 글로벌 기업의 중고차 시장이 일반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절반(49.4%)은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 ‘차량상태 불신’을 꼽았으며 ‘허위·미끼 매물’을 꼽은 응답자도 25.3%에 달했다.
중고차시장에 대기업 신규 진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6%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부정적’으로 답변한 응답자(23.1%)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