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4)] 100세 시대 축복인가? 저주인가?

뉴스팀 입력 : 2020.10.19 10:31 ㅣ 수정 : 2020.11.21 16:15

수명의 '양'보다 행복의 '질'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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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라디오를 듣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광고를 듣게 된다. 짜증나는 광고들도 있지만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광고들도 있다.

 

그런 광고 중 하나가 경보제약의 광고다.

 

(갓난아이 울음소리) 응애응애

 

할머니: 어쩌면 지금 태어난 우리 손자는 150살까지 살수도 있다 네요.

 

어이구! 150살이라니 내 나이의 두 배나 살아야 한다는데 잘 살수 있을까요?

 

나레이션: 오래 사는 일이 걱정이 아닌 기대가 되도록

 

이 광고는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묻고 있다.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로서 업의 본질과 관련한 가장 적절한 사회적 아젠다를 선점한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광고상의 기교가 아닌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력(Insight)이 돋보이는 광고다. 150세는 신화나 영화에서나 봐왔던,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다.

 

평균수명이 는다는 것은 생애주기(Life cycle)가 변한다는 말이고, 이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모든 환경과 제도가 바뀐 생애주기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된 주요한 문제 중 하나는 생존기간 중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한 것으로 이는 은퇴 시기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전반적인 삶의 질을 좌우한다.

 

최근 60세에서 80세로 늘어난 평균 수명으로 인해 야기된 은퇴자들의 문제도 알고 보면 늘어난 수명만큼 경제활동 기간이 따라주지 않아서다.

 

평균수명 80세 시대가 되면 늘어난 수명에 비례하여 20년 이상 경제활동 기간도 늘어야만 이론상으로 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그나마 평생직장의 개념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월급쟁이들이 체감하는 은퇴 시점은 점점 더 빨라진다.

 

만약 경제활동 기간이 늘지 않고 수명만 는다면 어쩔 수 없이 은퇴생활 기간만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100세 시대가 된다는 것은 은퇴생활이 30년에서 50년으로 늘어 나는 것을 의미한다.

 

생존기간의 반 이상을 생산활동 없이 소비활동만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충분한 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제문제 이상으로 심각한 것은 건강에 관한 것이다.

 

80세에서 100세로 평균 수명이 20년 늘어났다는 것이 늘어난 20년을 건강하게 산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늘어난 20년을 노화와 병으로 인해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단지 연명만 하며 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래 사는 것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 없이 무작정 오래 사는 것 자체만을 목표로 한다면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욕심과 집착,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150년을 살아도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반면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산다면 60년을 살아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오래 사는 것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정상적인 육체와 정신, 그리고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력이라는 필요조건에 “몇 살까지 살았는가?”처럼 양에 집착하지 않고 “사는 동안 얼마나 행복하게 혹은 의미 있게 살았는가?”라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이 충분조건으로 더해졌을 때 비로소 갖출 수 있는 것이다.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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