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슈가맨”이라는 말은 85회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한 영화에서 유래하였다.
그 말의 주인공은 70년대 남아공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가수 로드리게스(Rodriguez)다.
미국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았던 앨범이 우연히 남아공으로 흘러 들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것은 물론 남아공에서는 당대 최고의 가수인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더 큰 인기를 얻는다.
요즘 대중문화에서 쓰이는 슈가맨은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지금은 잊혀진 가수 또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가수”를 의미한다.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 또한 이러한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슈가맨을 통해 재조명된 많은 출연자들이 있지만 누가 뭐래도 슈가맨이 나은 최고의 스타는 양준일이 아닐까 한다.
JTBC의 간판 뉴스 프로인 뉴스룸에 출연하여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하고 2회에 걸친 연말 특집 방송이 제작될 만큼 양준일은 신드롬이 되었다.
1990년대 리베카, 댄스 위드 미 라는 노래로 잠시 주목을 받았다가 사라졌던 양준일이 출연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스토리에 가슴 찡한 감동과 함께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을 것이다.
기성세대의 경우 그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냉대했던 과거 행동에 대한 미안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죄로부터 자유로운 젊은 세대들, 심지어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어린 학생들까지도 그에게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편견 없이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를 알아보고 인정할 수 있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그들의 개방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사회전반에 걸친 레트로(Retro복고)라는 문화적 트렌드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레트로의 양상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의 레트로는 단지 그것을 경험한 과거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레트로는 과거세대에게는 향수로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간다.
레트로가 젊은 세대에게 새로움으로 해석되고, 의미가 확장되면서 뉴트로(New + Retro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하게 된다.
광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TV에서 귀에 익은 옛날 광고가 흘러 나왔다.
과거 박중훈이 나와서 어눌한 라거 춤을 추며 랄라라를 외쳤던 바로 그 광고다. 나름 과거 광고의 맛을 살리면서 지금 시대에 맞는 감각도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델 박중훈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만약 박중훈을 모델로 캐스팅하지 않은 이유가 본인이 출연을 고사한 경우가 아닌 다른 이유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그 광고는 오비라거 광고이기도 하지만 박중훈의 랄라라 광고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광고에서 박중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닫힌 엘리베이터에 머리를 박았던 덕화형님처럼, “니들이 게 맛을 알아?” 라고 외친 신구선생님처럼 말이다. 영화건 드라마건 광고건 리메이크를 통해 성공한 경우도 많지만 실패한 경우도 많다.
대다수 실패 사례의 공통점은 전작이 왜 성공했는지를 망각해서다.
마케팅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Forgetting what makes their success (그 브랜드를 성공하게 만든 핵심을 잊는다)” 라는 말처럼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는 변화를 위한 특별한 노력 없이 날로 먹겠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실패하지만, 광고의 경우 변화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지나친 것이 모자란 것만 못한 것이다.
특히 짧은 15초 동안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광고에서는 Identity를 유지하기 위해 지킬 것과 바꿀 것의 밸런스를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