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 별세] 한국의 ‘경제 대통령’둘러싼 사회적 평가, 국내와 해외 온도 차이 눈길

박혜원 기자 입력 : 2020.10.26 18:44 ㅣ 수정 : 2020.10.28 07:02

국내에선 정치성향 및 세대별로 엇갈린 반응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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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78)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의 생전 업적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이 회장이  ‘한국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데 이건희 회장의 경영전략이 지대한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선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당시 17조였던 그룹 매출을 지난해 기준 314조까지 끌어올렸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의 생전 업적에 따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삼성전자를 글로벌 ‘종합전자회사’로 성장시킨 성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삼성그룹 경영의 거시적 전략 방향을 제시한 ‘사상가’로 규정하는 등 해외언론들도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상황은 다르다. 어두운 측면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역대 정권에 걸쳐 수차례 정경유착 의혹에 연루된 전력과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무노조 경영 등과 같은 부정적 측면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사회적 평가 측면에서 국내와 해외 간에 온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 온라인상 평가서 세대차이 뚜렷 / 30~50대 직장인 블라인드 등 통해 ‘존경’ 표현 / 20대 커뮤니티, '공정성' 문제 제기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네티즌들의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특히 세대별, 정치성향별로 이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30~50대 남성이 이용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네이버 뉴스 댓글은 이 회장이 고용이나 수출 등에 미친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예를 들어 한 이 회장 별세 직후에 올라온 속보 기사에는 “아시아 기업의 순위에 삼성 1위, 도요타 2위, 화웨이 3위로 발표됐다. 과거에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 아니었나” “일본 사람들도 삼성 현대는 인정한다. 특히나 삼성은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긴다”, “국내기업인 삼성을 한국의 자랑스러운 세계 굴지의 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 졌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직장생활 및 사회경험을 가진 30~50대 특성상 국내 경제를 크게 견인한 기업인으로서의 면모를 가장 크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모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A씨는 “우리 회사에도 저런 분(이건희 회장)과 뒷받침하는 분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재직하는 B씨 역시 “이건희가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었을듯”이라는 글을, C씨는 “누구보다도 많은 한국인들을 먹여살린 분이 돌아가셨다”는 글을 남겼다.

 

반면 20대가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회장의 공적을 인정하는 한편 과오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이 주로 올라왔다. 공정이나 정의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 특성에서 비롯된 반응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 별세 관련 게시글의 댓글창에는 “삼성은 우리사회에 악습을 만든 것에 책임이 크다”, “완전하게 깨끗한 기업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를 일으킨 데에는 삼성이 가장 큰 일을 한 건 부정할 수 없다”라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  여권은 “빛과 그림자”라며 공·과 동시 조명 / 야권은 기업인으로서의 공적 주로 강조 / 대통령은 '국가 경제 기여' 강조

 

여권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 회장의 경제적 공적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과오 역시 분명하게 지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조의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고인께서는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며 “그 결과로 삼성은 가전, 반도체, 휴대폰 등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면서도 “고인은 재벌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며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겼다”고 평가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권 세습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와 정경유착, 무노조 경영 등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들은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들께 약속했던 ‘새로운 삼성’이 조속히 실현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위로의 뜻을 담은 메시지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유족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고(故) 이건희 회장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반도체 산업을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성장시켰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는 등 삼성을 세계기업으로 키워냈고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그분이 보여준 리더십은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위기 극복과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우리 기업에 큰 귀감과 용기가 되어줄 것"이라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이 이뤄낸 국가경제적 기여에 주목해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야권에서는 기업인으로서의 공적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가족 빼고 모두 바꾸자’는 파격의 메시지로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이끈 혁신의 리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셨다”며 “삼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세계 속에 우뚝 세운 이건희 회장의 기업사를 후대가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고인은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첨단 분야에서 삼성이 세계 1위의 글로벌 기업이 되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국민의 자부심을 높였던 선각자이셨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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