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황당한 고민하는 CJ대한통운, 과로사 대책 예산을 택배기사가 부담?
분류인력 3000명 추가 채용 비용은 500억원/비용 부담 주체는 아직 미정?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택배 물량이 급격히 늘며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 택배업체들은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택배운송업계 종사자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올해만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과로사로 인한 택배기사의 연이은 사망 사건에 한진택배에 이어 CJ대한통운은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택배운송업계 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지난 22일 CJ대한통운은 분류지원 인력을 4000명으로 늘리고 자동분류기를 확대하는 등 실질적으로 택배기사들의 근로환경을 개선시킬 대책들을 발표했으며, 26일 한진택배는 업계 처음으로 다음 달 1일부터 오후 10시 이후 심야 배송을 중단하고 택배 분류작업에 자동분류기의 도입과 분류 인력 1000여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택배기사가 과로사 대책 예산 500억원 부담하면 '제3의 노동 강요 구조' 탄생
두 택배업체 모두 가장 논란이 되었던 ‘공짜노동’이라 불리던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추가인력 지원과 자동화 시스템의 확대, 1일 배송 물량 제한 등에 대한 대책은 빠르게 나왔지만, 비용 문제라는 걸림돌이 남은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2일 11월부터 단계적으로 분류지원 인력을 3000명 투입하고, 소형택배 잔용 자동분류 장비인 ‘MP’도 추가로 구축해 현장 자동화 수준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진택배 역시 26일 분류 인력을 1000여명 투입하고, 자동분류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로 투입되는 분류인원의 인력에 대한 인건비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회사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CJ대한통운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CJ대한통운 측은 기존에 투입된 1000여명의 분류인력에 대한 인건비도 사측이 부담하는지 택배기사가 갹출하는지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아직 협의중이라는 말은 3000명 투입되는 인원의 매년 500억 정도의 인건비가 택배기사가 부담할 수도 있다는 말과도 같다.
CJ대한통운은 2016년 업계 최초로 서브터미널에 택배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를 도입했는데, 휠소터에 이어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인 ‘MP’도 2022년까지 추가로 구축해 현장 자동화 수준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휠소터는 전국 181곳의 터미널에 구축되어 있으며, 현재 전체 물량의 95%를 자동분류하고 있다. 2019년 하반기부터는 휠소터와 별도로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인 MP도 추가로 구축해 현재 35개의 서브터미널에 설치가 되어 있는 MP를 2022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설비 도입은 택배기사의 과도한 노동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분류인력 고용을 위한 예산을 택배기사가 부담하게 된다면, 소득 감소로 인해 더 많은 노동을 강요당하는 '제3의 구조'에 처하게 될 게 뻔하다.
■20년째 동결된 택배기사 배달 수수료 손질도 과제
물가와 임금은 해마다 오르고 있지만, 택배비는 20년 동안 2500원에 고정되어 있다. 택배기사가 개인적으로 부담해야하는 유류비는 오르고 있지만, 택배기사들은 유류비가 올라도 인구밀집도에 따라 건당 700원에서 1000원의 배달 수수료를 받는다.
자동화 도입 등 택배기사의 작업강도 완화를 위해 구조 개선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좋지만, 갑작스럽게 1일 할당 물량을 줄이면 일부 택배기사들은 본인의 수익이 들어들 수 있다. 여기에 분류작업에 투입되는 인건비까지 부담하게 한다면 택배기사를 과로사 위험에서 구해준다고 손내밀며 생계에 직격타를 날리는 것과 같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환경의 개선과 함께 실질적으로 택배기사와 상생 할 수 있는 비용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도 함께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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