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의 과제 (2)] 투기자본 힘받는 ‘삼성생명법’ 딜레마, 삼성전자 경영권 흔들어
‘삼성생명법’ 통과되면 삼성전자 우호지분 20.89%서 14.04%로 급락/이재용의 경영권, 투기자본 공격등에 취약해져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줄곧 그룹을 이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재 회장직에 오르는 공식적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삼성 계열사 중에서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는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게 이 부회장이 직면한 중대 과제 중의 하나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지배구조로 단순화돼 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소위 ’삼성생명법‘은 이 같은 기존의 삼성 지배구조를 직접 겨냥해 뒤흔드는 성격을 갖고 있다. 재벌개혁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중시하는 정부 여당이 21대 국회에서서의 압도적인 '수의 우위'를 바탕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 힘 등을 필두로 한 야권의 반대는 맥을 추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삼성전자 경영권이 흔들리는 악몽에 처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지난 6월에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은 안정화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법안으로 불린다.
여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각 회사 총자산의 3% 이하로 취득해야 해 3% 외 지분은 모두 매각해야 한다. 그럴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우호지분이 크게 낮아진다.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행법상 금융사들은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보험사 한해서만 금융당국이 감독규정으로 주식 평가액 산정을 취득원가로 해주고 있다.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가기준 3% 룰’을 적용받게 된다. 이 룰을 적용받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유일해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삼성전자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5억815만7148주)을 소유하고 있다. 현행법을 적용한 취득원가(주당 800~1100원)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약 5400억원으로 삼성생명 총자산 291조원의 0.2%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개정안으로 적용하면, 삼성생명이 지닌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는 지난 25일 삼성전자 시가총액 250조원 기준으로 30조6000억원이다. 삼성생명 총자산(291조원)의 3%인 8조7800억원을 초과한다. 따라서 약 30조6000억원에서 삼성생명이 지닐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 3%(8조7800억원)를 제외한 약 21조8700억원을 매각해야 한다. 이는 삼성전자 지분으로 따지면 6.1%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삼성화재 역시 총자산 86조원의 3%인 2조6000억원을 넘는 삼성전자 지분은 매각해야 한다.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1.49%(8천880만2052주)을 갖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보험사가 매각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도합 6.85%다. 두 보험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 삼성전자 지분이 외부로 넘어가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우호지분이 20.89%에서 14.04%로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비교적 안정화돼 있던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권이 투기자본 등의 공격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전체 300석 중 180석 차지한 여당의 '힘의 정치' 우려돼
문제는 정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 의석 300석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차지한다.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차지하는 공룡 여당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의 의석수는103석이다.
거대 여당이 밀어붙이면 야당이 막을 방도가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당이 핵심 사안의 경우 협상을 조기에 포기하고 힘의 논리를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 ‘삼성생명법’ 통과시 삼성전자 경영권 확보 묘책은? / 삼성물산의 '빅딜'거래 유력하지만 난제 있어
이에 따라 삼성 측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실제로 헤지펀드와 같은 외국계 투기자본이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뒤흔드는 사태를 초래할 '재벌개혁'이라는 명분만으로 추진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 시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이 상속세 자금 확보 이상의 훨씬 절박하고도 고차원적인 문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장에선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삼성전자 최대주주)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해 지배구조를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단순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43.44%)을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것이다. 일종의 '빅딜'인 셈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4조원이라는 법인세가 난제다. 법인은 보유주식을 팔면 매각차익에 22%에 이르는 법인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이 붙는다.
그러나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강제전환된다는 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1대 주주가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회사 전체 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의 지분(8.51%)을 가져오면 삼성물산이 갖게 되는 삼성전자 지분은 13.51%가 된다. 지난 25일 삼성전자 시가총액 250조원 기준으로 13.51% 지분 가치는 33조원으로 삼성물산 총자산 45조원의 절반을 넘는다.
■ 홍라희 여사, ‘삼성 저격수’ 박용진 의원에게 '간절한 메시지' 전해?
이러한 가운데 법안을 대표 발의한, 삼성 저격수라 불리는 박용진 의원이 지난 26일 이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이 부회장은 박 의원을 반갑게 맞았다고 한다. 홍라희 여사는 박 의원에게 간절한 메세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그 내용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의원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 이건희 회장 빈소를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와 있었던 일화를 풀었다.
박 의원은 “사실 유족은 불편할 수 있겠다. 박용진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어서”라며 조문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빈소에 도착했을 때 박 의원은 “이 부회장이 먼저 두어 걸음 툭 앞으로 나와 손을 딱 잡더라”며 “‘이렇게 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옆에 있던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여사도 ‘고맙다’면서 뭔가 간절하게 저한테 말씀을 전하기도 했지만 그 말씀은 안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두 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점과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있어 빠른 시일에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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