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거꾸로 가는 기아차 노조, 파업권 행사할까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한국GM 노조의 부분파업에 이어 기아자동차 노조도 파업권을 확보하는 등 국내 완성차업계의 ‘연쇄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강성 노조의 대명사였던 현대차 노조가 4차산업혁명의 격변 속에서 생존과 발전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사측과 상생 모색에 역점을 두는 모습과 상당히 다른 행보이다.
5일 기아자동차 노조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이날 기아차 임단협 관련 쟁의 조정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기아차 노조가 언제든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얻게 됐다.
지난 3일 기아차 노조가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쟁의행위 찬성률은 73.3%에 달했다.
노조는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 투표가 가결된 것은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와 무책임한 경영에 노조원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라며 “사측은 조합원의 뜻에 따라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납득할 수 있는 안으로 성과에 보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가 9년 연속으로 파업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내 ‘맏형’격인 현대차가 지난 9월 21일 임금동결을 골자로 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것과 대조적이다.
더욱이 지난달 30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현대차 노조 지부장과 만나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며 노조의 전향적인 자세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반면 기아차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9차례의 임단협 본교섭에서 △기본급 12만 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존 공장 내에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기아차 노조 정년연장 등 요구 / 부분파업 돌입한 한국GM 뒤따를까 / 업계 관계자, “강공 일변도는 비판적 여론 초래”
한편 한국GM 노조는 사측이 임금협상 주기 변경안을 철회하지 않자 또다시 3일간 부분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한국GM노조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이달 6일·9일·10일 사흘간 전반조와 후반조 근로자가 각각 4시간씩 파업을 한다는 내용의 투쟁 지침을 마련했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잔업과 특근 거부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한국GM 사측은 지난달 29일 21차 단체 교섭에서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는 것을 전제로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 총 70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최종 제시했다.
한국GM은 “임금협상 주기를 2년으로 늘리면 경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직원들에도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는 어려운 지불 여건에도 불구하고 2년의 협상 주기를 전제로 최대한의 금액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임금협상 주기를 그대로 1년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사 역시 전날 한 차례 더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노조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에도 전반조와 후반조 근로자가 각각 4시간씩 파업을 하는 방식으로 부분파업을 했다. 이후 3일부터는 정상 근무 체제로 복귀해 잔업과 특근만 거부한 바 있다.
기아차 노조가 한국GM노조에 이어 파업 수순에 돌입할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큰 충격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국내의 대표적 자동차기업 노조들이 강공 일변도로 갈 경우 비판적 여론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기아차 노조가 사측과 대승적 견지에서 사측과 타협점을 찾는 게 더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