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404)]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나치국가' 논란, 일본학술회의 임명거부를 둘러싼 교수들의 작심비판
김효진 입력 : 2020.11.10 11:21 ㅣ 수정 : 2020.11.10 11:22
임명 거부된 신규회원 6명은 물론, 前학술회장과 500여개 학회까지 스가 정부 비난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올해 9월 초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일본학술회의 신규회원 105명 중 6명의 임명을 구체적인 해명 없이 갑작스레 거부한 후폭풍이 잦아들기는커녕 교육계 전반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먼저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寿一) 교토대학 교수 겸 일본학술회의 前 회장이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나치국가에 빗대며 본격적인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신규회원의 임명을 거부한 것은 일본학술회의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현 정부에서는 민주적으로 사람을 선출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국가의 최고권력자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이유 없이 잘라내 버리면서 권위에 청탁하는 자들만 살아남고 있고 때문에 일본이 서서히 전체주의국가로 변질되고 있다는 매우 공격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여기서 전체주의란 개인의 모든 활동은 이념, 종교, 민족, 국가 같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이를 위해 개개인의 자유는 억압되어야만 한다는 정치사상과 체제를 뜻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전체주의국가는 과거 2차 세계대전 때의 나치 독일과 현재의 북한이 있다.
스가 총리에게 임명을 거부당한 교수 6명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지난 달 23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 6명의 교수는 ‘학문의 자유의 붕괴’, ‘과학기술에 정부가 개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60여명의 기자 앞에서 스가 총리를 맹비난했다.
6명의 교수 중 한명인 마츠미야 타카아키(松宮 孝明) 리츠메이칸대학(立命館大学) 교수는 ‘나치 독일의 히틀러조차도 전권을 장악하기 위해 특별법을 필요로 했다’며 ‘(스가) 총리는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되려고 하는 것인지 우려스럽다’며 개탄했다.
한편 안전보장 관련법에 반대하는 학자들의 모임(安全保障関連法に反対する学者の会)의 조사에 따르면 10월 28일까지 약 500여개의 학술협회가 이번 스가 총리의 임명거부 사태에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 달 3일에는 일본국회 앞에서 약 800여명의 학자와 시민들이 모여 ‘학문을 지켜라, 자유를 지켜라’와 같은 피켓을 들고 항의집회를 개최했다.
이 날 항의집회에서 마이크를 쥔 사토 마나부(佐藤 学) 가쿠슈인대학(学習院大学) 특임교수는 ‘스가 총리의 행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폭거이며 헌법을 제멋대로 해석한 개헌이다’라며 더 많은 학자와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결국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비난여론에 스가 총리가 입을 열었다. 이번 달 5일에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번 임명거부 사태의 경위 설명을 재차 요구받은 그는 ‘(신규 회원) 추천 전에 (정부와의)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임명에 이르지 못하는 이들이 생겨났다’는 지금까지와 비슷한 유체이탈 화법으로 대답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답변은 결과적으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야당 측은 ‘총리가 말한 사전 조정이야말로 독립성을 가진 학술회의에 정치가 개입했다는 의미이며 그것을 당당하게 인정한 답변이다’라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총리의 답변을 접한 교수와 시민단체들 역시 추가적인 항의성명 발표와 집회준비에 들어간 만큼 올해 안에 임명거부 사태가 완만하게 해결되기는 불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