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몰락 위에 피어난 식품업계의 HMR 급성장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11일 두 가지 상반된 통계가 나왔다. 우선 식품업계의 큰 손인 CJ제일제당 등이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인가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코로나19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가정간편식(HMR) 사업이 호황을 맞은 결과로 분석됐다.
반면에 이날 발표된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 조사결과에서 대부분 산업에서 취업자수가 급감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숙박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 감소 추세가 두드러졌다.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 10% 하락/외식업계 카드결제 금액 및 건수 동시 급락
뉴스투데이가 통계청이 제공한 10월 고용동향 중 산업별 취업자 추이에서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와 비임금 근로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취업자 수를 각각 추출해 외식산업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 자영업자의 몰락을 추론할 수 있다.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주로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비임금 근로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취업률도 떨어졌다.비임금 근로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지난 10월에 11%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수치 모두 지난 9월에 비해 10월 소폭 상승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작년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1인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 사태는 외식을 기피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랜드로 인해 외식산업 혹은 음식점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으면서 몰락하고 있다. 그 폐허 위에 CJ제일제당의 HMR사업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8월 발간한 정기보고서 ‘코로나19에 따른 외식산업 변화 양태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이 같은 현실을 실감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부터 3분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외식업계의 매출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카드 결제금액(신한카드 가맹점 중 음식점 및 주점 22개와 5대 외식 배달앱 대상)이 전년대비 7조7655억원 감소했고 결제건수도 전년대비 2억8151만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 3분기 영업이익 47.5% 증가, HMR 특수효과 커/ 1인가구와 코로나19가 식음료 산업의 양극화 초래
몰락한 외식산업과 다르게 가정간편식(HMR) 사업은 한 마디로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식품업계의 큰 손 CJ제일제당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40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0일 공시했다.
CJ제일제당은 "식품, 바이오 등 해외사업과 국내 가공식품 매출이 고르게 성장했고 전 사업 부문에 걸쳐 사업구조 혁신 성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식품 사업 부문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2조 3891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식품 사업 부문 영업이익 또한 175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대면 식사를 꺼리는 고객들이 자연스레 늘었고 이 여파로 HMR의 판매가 증가한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HMR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밥을 비롯, 생선구이부터 핫도그까지 다양한 식품군의 HMR을 출시하며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도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기여도를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HMR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집밥 트렌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간편식이 큰 인기를 끌며 HMR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 식품사들도 CJ의 뒤를 이어 ‘HMR 전쟁’에 참여했다. 밀키트(Meal-Kit) 전문 기업인 프레시지도 주로 외식 메뉴로 알려진 마라탕, 감바스 등을 밀키트로 출시하며 HMR 열풍에 불을 붙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10일 발표한 '2020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도 HMR의 인기를 입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육가공품 시장은 최근 4년간 연평균 8.9%씩 성장했다. 1인 가구와 캠핑 인구의 증가, 그리고 HMR 제품의 수요 증가 덕분이다.
결국 코로나19와 1인 가구의 확대라는 대변화는 외식을 줄이고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문화를 고착화시킴으로써 식음료 유통 산업의 극단적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