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제도 개편,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가 ‘개미무덤’ 만들 수도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올초 SK바이오팜에서 시작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공모주 광풍이 몰아친 가운데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에 나섰다. 가장 큰 이유는 소액투자자에게 ‘공정한’ 공모주 투자 기회, 즉 ‘기회의 평등’을 주기 위해서였다.
■ 금융당국의 ‘공모주 공정 개선’ 발언…빅히트 공모주 청약 부채질
지난 8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증권사 사장들과 만나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현행 개인 투자자 배정 방식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하기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청약 증거금을 많이 마련하지 못하는 소액투자자들을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것.
문제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공모주 공정 개선’ 발언이 빅히트 청약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에 빅히트 공모주 청약에도 광풍이 몰아쳤다. 607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코스피 역대 최다 청약증거금을 기록한 SK바이오팜(약 31조원) 기록을 가뿐히 넘어섰다.
투기인지 투자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과열된 공모주 시장에 금융당국이 되려 부채질을 한 셈이다.
그러나 빅히트 주가는 부진을 거듭,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보다 하락하면서 개미들의 무덤이 됐다.
■ 소액투자자 우대, 청약 미달 혹은 주가 변동성↑ 등으로 시장 체계 뒤흔들 수도
물론 공모주 청약제도가 고액 자산가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끌’해도 1주를 받을까 말까하는 소액 투자자와 달리, 이들은 여러 공모주에 중복 청약을 하면서 더 많은 증거금을 넣은만큼 많은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
그렇다해도 소액투자자를 우대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시장 체계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소액투자자를 우대한 IPO는 흥행에 참패한 바 있다. 지난 8월 상장한 제이알리츠는 100만원이하 소액투자자에 일반 청약물량의 절반(2400만주·1200억원)을 우선배정했지만, 일반청약 경쟁률은 0.23대 1에 그쳤다.
이처럼 청약 미달이 발생하면 주관사, 투자자들의 부담도 커진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미달 발생시 상장 철회를 택할 수 있지만, 일반 청약에서 이를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설사 공모주가 흥행하더라도 개인 투자자들의 배정 비율이 높아지면 주가 변동성이 더 커져서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기관 투자자는 일부 물량을 일정 기간동안 묶어둬야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언제든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장 조정자’로서의 금융당국 역할 되새길 때
금융당국은 ‘시장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다시 되새기며, ‘기회의 평등’이 반드시 ‘결과의 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고액 자산가야 공모주 투자 손실에도 당장 무너지진 않을테지만, 따상이나 따따상을 노리고 몰빵하는 소액투자자에게 타격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금융당국은 빅히트 사태를 계기삼아 공모주 청약 개편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하는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시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신중한 결정을 통해 시장 질서를 크게 어지럽히지 않는 개편안을 마련하길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