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 상속세 재원마련 고심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삼남매의 옵션, 삼성SDS에 독일까 약일까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이후 세간의 관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일가가 천문학적인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쏠리고 있다.
고 이 회장이 남긴 상속 재산의 대부분은 주식이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상장사 지분규모만 지난달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는 삼성전자 지분 4.2%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2일 종가 기준 364조1567억원으로, 고 이 회장의 지분가치는 대략 15조3000억원에 이른다.
고 이 회장의 부동산 등 다른 자산 가치는 5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주식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의 삼성 계열사 지분을 모두 물려받으려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20%의 가산세를 포함해 9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상속세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재산이 50억원 이상이면 최대 50%의 상속세가 적용되고 증여자가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일 경우 평가에 대한 20%의 할증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상속세가 10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상속세 기준은 사망일 전후 4개월 주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향후 유동적이며 단순 계산한 금액 보다는 1조원 이상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 등 삼남매가 구광모 LG회장과 마찬가지로 6년 동안 상속세를 나누어 내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연부연납제도를 이용해 6년간 나눠 내도 연평균 1조5000억원 이상을 내야 한다. 이 같은 막대한 상속세를 어떻게 마련할지는 증권업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의 지배구조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고차방정식처럼 보인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삼성 계열사의 배당금을 늘리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다 합치면 33.7%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19.3%)를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의 배당금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지난해 고 이 회장이 삼성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배당액은 약 4748억원 정도이며, 이 부회장 역시 1426억원 정도의 배당을 받아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배당 총액이 60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배당금을 무리하게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고 6년치를 계산해도 최대 3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상속세 재원 마련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향후 계열사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아예 일부를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부회장이 계열사 보유주식 일부를 매각한다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S 등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는 데 이 중에서도 삼성SDS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9.2%를 보유 중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3.9%)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3.9%) 역시 보유지분이 있다.
삼성SDS 최대주주는 삼성전자(22.58%)이며 삼성물산 역시 17.08%를 보유중이어서 이 부회장 등 삼남매가 지분을 일부 처분해도 지배구조 자체에는 큰 변동이 없다.
삼성SDS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10조71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9901억원으로 1조원 클럽에 바짝 다가섰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삼남매의 삼성SDS 지분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실제 2016년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지분을 일부 매각했을 당시 24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13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