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6)] 스쳐도 300야드 나가는 드라이버 vs 치면 들어가는 퍼터
임성재는 어떤 것을 고를까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지난주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열렸다. 임성재 선수가 선배 최경주 선수의 3위 기록을 깨고 아시아 최고 성적인 준우승의 쾌거를 올렸다.
대회의 인기만큼이나 방송사들의 중계 열기 또한 대단했다. 40시간 생중계를 할 정도로 말이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처럼 중계만큼이나 광고도 엄청 많았다.
골프클럽 광고들을 보며 문득 한 선배가 떠올랐다. 60대 초반의 그 선배가 골프장에서 이런 농담을 한적이 있다. 자기는 드라이버를 갖다 대기만 해도 300야드가 나간다는 것이다.
평소 장타자도 아닌 선배의 말에 순간 당황했지만 설명을 듣고 뭔 소린지 이해가 갔다. 다른 사람들보다 거리가 짧은 선배는 평소 신형 드라이버가 나올 때 마다 채를 바꾸곤 했다.
광고에는 대부분 “최첨단 기술로 10야드 더 나간다”고 되어 있고 드라이버를 30번 이상 바꿨으니 선배의 주장이 계산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드라이버 교체횟수 30 x 교체할 때마다 늘어난 거리 10야드 = 스쳐도 300야드]
만약 램프의 요정 지니가 펑 하고 나타나 스치기만 해도 300야드 나가는 드라이버와 갖다 대기만해도 들어가는 마법 퍼터 중 한가지만 고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느 것을 선택을 할 것인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무조건 퍼터를 선택해야 한다. 그린에서 모두 원퍼팅으로 마무리한다면 한 라운드 퍼팅 수가 18이다. 라운드 당 퍼팅 수 18이면 PGA 최고 수준인 20대 후반과 비교해도 10타 이상 줄이는 것이고 아마추어 평균 40개에 비하면 20타 이상의 스코어를 줄일 수 있다.
반면 드라이버의 경우 폼 나게 300야드를 치더라도 드라이버샷 만으로는 스코어가 확정되지 않고 또한 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OB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스코어를 얼만큼 줄일 수 있는지 계산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드라이버는 쇼(Show), 퍼터는 돈”이라는 골프명언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퍼터 대신 드라이버를 선택할 것이다.
“남자는 힘”이라는 속설이 골프에서는 “남자는 거리”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점수야 어떻든 300야드를 날리는 드라이버샷은 모든 남성골퍼들의 로망이다.
동반자 중 여자라도 한 명 끼어 있으면 다른 남자보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보내려고 기를 쓴다. 결과는 OB, 설상가상으로 허리까지 삐끗한다.
스코어 망치고 돈도 잃고 망신도 당하고 나서야 드라이버 거리에 대한 과다한 욕심을 반성한다. 그러나 그 반성도 오래가지 못한다.
다음 라운딩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드라이버 거리에 목숨을 건다. 이것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스코어를 확실히 줄일 수 있는 퍼터보다 스코어에 별로 영향이 없지만 화려하고 폼 나는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남자들의 심리다.
나이가 지긋한 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결코 화려하지 않다. 드라이버가 200야드도 안 나가니 세컨샷 거리가 많이 남는다. 그래서 그들은 우드나 일명 고구마(유틸리티)를 아이언만큼 잘 다룬다.
그래도 거리가 길다 보니 파온 보다는 그린 주변에 공이 떨어질 확률이 높아지지만 그들의 진가는 그때부터 발휘된다. 웬만한 거리에서는 어프로치로 OK거리에 딱딱 붙인다.
그린에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마라도 온이 되어도 투 퍼터로 막는다. 이런 일이 몇 홀 반복되면 드라이버 거리만 믿고 자신만만하던 젊은 골퍼들은 멘붕에 빠진다. 고수들은 언제 어디서나 절대 무리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남들의 화려한 플레이에도, 더 멀리 나간다는 드라이버 광고에도 결코 현혹되지도 않는다. 그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체와 능력에 맞춘 최적의 플레이를 한다. 플레이의 화려함을 포기하는 대신 좋은 스코어를 얻는 것이다.
10야드 더 멀리 나간다는 드라이버 광고를 맹신하기에 앞서 자신의 골프 실력과 한계를 돌아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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