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명찰 없는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화웨이 리스크' 해결할까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지난 27일 LG유플러스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된 황현식(58) 사장은 여러 면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LG유플러스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로는 첫 최고경영자(CEO) 취임 사례다. 올해로 LG입사 22년차를 맞는 ‘LG맨’ 황 사장은 지난해 LG그룹에서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이후 1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공식 임기는 내년 3월부터 시작된다. 지난해부터 4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이 내년 3월 임기를 끝으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LG유플러스는 하현회 부회장을 끝으로 부회장 직함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에 KT와 SK텔레콤과 같은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도입한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년부터 부회장 체제에서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바꾸는 것은 내부적으로 합의된 사실”이라며 “체제 변경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직함문제는 사소한 변화이다. 더 중대한 과제는 '화웨이 리스크'라는 분석이다. 이동통신시장에서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의 점유율 확대는 하 부회장 시절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하 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기업 화웨이의 5G 장비의 '보안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 사실상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
차기 대통령인 조 바이든 당선자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인권문제 등까지 지적할 것으로 예상돼, 바이든 시대에 '화웨이 리스크'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황 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비책이라는 일반적인 과제 이외에 ‘화웨이 리스크’라는 별도의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 문제를 완화시켜나갈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 LG유플러스, “화웨이 리스크는 미·중 정치적 대립일 뿐…서비스엔 문제없어” /미 국무부 관리, 지난 7월 LG유플러스 지목하며 화웨이 장비 사용 중단 촉구
사실 LG유플러스의 ‘화웨이 리스크’는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다. LTE와 5G(3.5기가헤르츠)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서울과 수도권 북부 지역에서 화웨이 5G장비를 사용하고 있고 이는 전체 커버리지(지역)에 약 30%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LG유플러스가 여러 번의 문제제기를 감수하고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가격·호환성 등 장점으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 기업과 비교해 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장비를 공급해 빠르게 통신 장비 시장을 점령했으며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36%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번 불거진 보안 문제도 잠식시키기 위해 지난 6월에는 5G 기지국 장비 최초로 국제 보안 표준 최고 등급 인증을 받기도 했다.
또 LG유플러스는 5G 기지국 구축 당시 이미 화웨이의 LTE장비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비스 간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화웨이 제품을 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LG유플러스 입장에선 호환성이 높고 저렴한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례로 독일 이동통신사 도이치텔레콤, 스웨덴의 텔레2 역시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최근 화웨이 장비를 기반으로 5G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를 둘러싼 ‘백도어(인증되지 않은 통신 연결 기능)’ 논란과 미·중갈등으로 인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LG유플러스의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7월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화상 브리핑에서 “우리는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에게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라고 촉구한다”며 “SK텔레콤과 KT는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깨끗한 통신사”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여기에 바이든 미국 대선 당선인도 화웨이 제재를 어떻게 이어갈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이혁주 LG유플러스 CFO, 화웨이 장비 안전성 강조하면서 일부 장비교체(클린 패스) 가능성 시사
하지만 LG유플러스는 미국의 압박 및 화웨이 논란과 관련해 “이미 검증이 완료된 보안문제에 대해 미국이 압박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미·중의 정치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올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화웨이 리스크와 관련 “화웨이 건으로 주가에 부분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전체 커버리지(지역) 중에 30% 정도인 화웨이 지역에 대해서는 이미 커버리지가 다 완성이 돼 있고, 보안∙구조∙안전 차원에서의 인프라도 이미 다 확보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CFO는 "따라서 현재 저희가 제공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모든 서비스에 대해 향후에도 전혀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부 클린 패스(5G망 구축에서 화웨이와 배제하는 전략)와 관련된 형태로도 얘기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장비 교체 가능성도 열어뒀다.
‘화웨이 리스크’는 올해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LG유플러스 주가에 여전히 악영향을 미칠 만큼 민감한 문제다. 4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실적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7월 이후 주가는 1만2000원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현식 사장과 회사 내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LG유플러스가 내년부터 화웨이 장비 구매를 멈추고 다른 기업의 장비로 전환해 나간다면 미중 갈등으로 인한 큰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요구한 화웨이 장비 사용 배제는 점진적인 배제 요구일 뿐 당장 철수는 아니다”라며 “점진적으로 장비를 교체할시, 추가 비용 부담은 연간 영업이익의 2~3%인 300억원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