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日 배달시장 재도전하는 배민, 5년전 실패의 쓴 잔이 데자뷰?
일본 배달 시장은 사실상 쇼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손 아래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5년 만에 일본에 재도전장을 내민다. 우버이츠, 데마에칸(배달관) 등 일본 현지 배달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의 지분을 가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대항마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회사는 1일 일본에 음식 배달 서비스 앱인 ‘푸드네코’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이달 중순 정식 버전이 공개될 예정이며, 서비스 지역은 도쿄에 한한다.
■ 일본 배달앱 1, 2위 모기업 투자자 손정의 회장 넘어서야
배민은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점하고 있지만, 일본에서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현지 배달앱 시장은 우버이츠가 1위, 데마에칸이 2위에 자리하고 있어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이 두 회사의 모기업은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주주로 있는 곳. 손 회장을 넘어서야 국내 배달앱 1위를 수성했던 저력을 일본에서도 내세울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우버이츠는 미국 차량 공유 플랫폼인 우버가 운영하는 곳으로 손 회장이 이곳 최대주주이다. 데마에칸은 올해 3월 라인이 이 회사에 300억엔(약 3179억원)을 출자해 운영 중이다. 라인은 지난해 야후 재팬과 경영을 통합했다. 야후 재팬의 모회사 Z홀딩스의 최대주주도 소프트뱅크다. 결국 일본 배달앱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우버이츠와 데마에칸 모두 손 회장 지분이 있는 모기업들의 운영사로, 손 회장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배민의 당면 과제인 셈이다.
우버이츠와 데마에칸 외에도 배달 시장은 핀란드 회사인 ‘Wolt’,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운영하는 ‘푸드판다’, 중국판 우버라고 할 수 있는 디디추싱이 운영하는 ‘디디푸드’, 일본 토종 ‘라쿠텐 딜리버리’ 등이 점유하고 있다. 디디푸드는 소프트뱅크로부터 5억달러(약 5532억원)의 투자를 받은 회사로 사실상 손정의 회장이 지분이 있는 곳이다. 우아한형제들이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할 뿐 아니라 어려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배민, 이달 중순 일본서 배달앱 ‘푸드네코’ 공식 출시 / 앱명은 DH와의 M&A 생각한 빅피처?
이에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의 일본 마케팅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현재 우버에서 아시아 태평양 마케팅을 총괄했던 카즈히토 츠모를 사실상 현지 법인 사장으로 두고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즈히토 츠모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구글 재팬, 나이키 재팬, 아디다스 재팬 등에서 마케팅을 총괄을 역임한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아한형제들은 일본에서 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앱 이름은 ‘푸드네코’로 푸드(음식)와 네코(일본어로 고양이)를 합친 말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양이를 서비스명에도 적용하고,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해 일본 현지 고객들에게 친근한 서비스로 다가가고자 앱 이름을 푸드네코로 짓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민의 일본 서비스앱명 ‘푸드네코’가 DH가 일본에서 운영하는 배달앱 ‘푸드판다’와 비슷한 것은 DH와 우아한형제들 인수합병(M&A) 이후의 일본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마케팅 일환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최근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DH측에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건, 조건부 승인을 DH측에 전달했다. DH 측이 이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면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기업결합 승인 조건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4년 라인과 협업해 ‘라인와우’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진출했지만, 당시 현지에서는 배달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1년 만에 철수를 결정, 실패의 쓴 잔을 마셨다. 5년 만에 일본시장에 재도전하는 배민이 기존 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을 뚫고 안착할 것인지에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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