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전설의 고향에 나오던 옛날 귀신과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귀신은 완전히 다르다. 과거 직업(?)과 역할만을 가졌던 귀신이 요즘은 인간처럼 캐릭터와 개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표정의 다 똑같았던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사랑에 목숨 거는 순정파 도깨비와 소심한 새침데기 저승사자로 표현되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 귀신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귀신의 등장만으로도 공포장르로 분류되었지만 2004년 개봉된 영화 [귀신이 산다]는 이러한 관행을 깨며 “공포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 시켰다.
오늘 소개할 광고도 “공포코미디광고”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쏘나타 N라인 광고다. 자동차의 최첨단 기능과 고성능을 표현할 때는 대부분 007 영화의 자동차 추격신처럼 낭떠러지를 따라 꾸불꾸불 좁게 나있는 경치가 끝내주는 해안도로에서 고속으로 아슬아슬 질주하는 폼나는 자동차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러나 쏘나타 N라인 광고는 이러한 공식을 거부한다.
Chapter 1~4까지 총 4편으로 구성된 이 장편의 시리즈 광고에는 무섭기는커녕 허당끼 넘치는 인간적인(?) 처녀귀신이 등장한다. 각 chapter마다 차가 가진 4가지 특별한 기능인 Launch Control, Rev Matching, Active Sound Design, N Power Shift 의 퍼포먼스를 귀신의 과장된 몸짓과 반응으로 생생하게 표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동차의 특별한 기능을 귀신을 통해 소비자가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 “See the unseen”의 역설이 표현의 핵심이며 또한 이 광고의 백미다.
광고동영상 클릭수가 그 짧은 기간에 200만을 훌쩍 넘을 정도로 광고에 대한 반응 또한 뜨겁다. 물론 주력차종이 아니었기에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이런 파격적인 광고를 제안한 광고대행사의 치기(?)와 그런 광고를 선택한 광고주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차별화가 좋기만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드는 생각은 소비자가 이 광고를 어떻게 부르고 기억할까? 다. 아마도 쏘나타 “귀신”광고, “귀신”나오는 자동차 광고 등 “귀신”이 들어가는 이름으로 부르며 “귀신”을 가장 먼저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과거 델몬O 오렌지주스 대신 따봉만을 기억했던 그 광고처럼 말이다. 따봉이 워낙 유명해지자 뒤늦게나마 따봉주스라는 신제품을 출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광고에서 피해야 할 기본은 일명 따봉효과 라고도 불리는 제품 혹은 브랜드의 핵심 요소 대신 엉뚱한 요소가 부각되어 본질을 가리는 “뱀파이어 효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광고에 대한 댓글을 찾아 보았다.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광고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는 차 보다는 광고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들이다. 또 다른 부류는 “귀신 귀엽다”, “귀신 누구?” 등 온통 귀신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정작 주인공인 쏘나타 N라인은 귀신에 가려 존재감을 잃었다.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이 광고를 보고 과연 소비자가 쏘나타 N라인을 타고 싶거나 혹은 사고 싶어 할 것인가? 다. 자동차의 최첨단 기능과 고성능을 표현할 때 007 영화의 자동차 추격신처럼 틀에 박힌 공식을 사용하는 것은 제작자들이 새로운 표현을 찾지 않을 만큼 고루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러한 표현이 차를 타보고 싶게 만드는 지금까지 검증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 때문인 것이다. 귀신이 등장하는 광고가 소비자의 관심과 시선을 끄는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관심만 얻고 브랜드 이미지나 판매에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혹여 해가 된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인 것이다.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