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풀린 중국 ‘한한령’ 판호 발급 , 왜 컴투스 ‘서머너즈 워’가 첫 타자일까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가 중국 판호를 획득하면서 세계1위 39조원 규모의 게임시장인 중국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3일 컴투스에 따르면 ‘서머너즈 워’ 모바일 게임이 중국 정부의 판호를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광전총국이 이날 발급한 외자 판호 목록에 서머너즈 워가 포함된 것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 판호를 발급 받은 사실을 확인 했다”면서도 “서머너즈 워가 이번 한한령의 첫 타자가 된 이유와 관련 회사 내부적으로도 분석 중이고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서머너즈 워가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IP이고 컴투스가 꾸준히 중국 및 중화권 유저들을 케어해 온 만큼 이번 판호 발급 목록에 들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날 국내 증시 장 개장에서는 컴투스와 게임빌을 포함, 게임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신중하자는 입장이다. 실제 중국 시장에 다시 진출하기까지는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 3N도 배그도 넘지 못한 중국 판호의 벽, 왜 컴투스가 첫 타자가 됐을까?
게임업계 대표 기업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과 글로벌 히트작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도 성공하지 못할 만큼 견고했던 중국 판호의 벽을 컴투스가 처음으로 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이번 외자 판호 발급을 계기로 한국과 문화 산업 교류를 강화하고 우호 관계를 맺고자 한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중국은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2017년부터 한류 금지령 ‘한한령’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한중 문화 교류의 전면화’를 본격화하려는 것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로 계획이 틀어지며, 차선책으로 먼저 게임 판호 발급이라는 작지만 영향력이 큰 판호 개방을 선택하게 됐다.
그중 하나가 중국에서 인기 있는 IP 중 하나인 ‘서머너즈 워’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호를 얻은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있는 모바일 게임이다. 이는 중화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서머너즈 워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은 2017년부터 총 4회를 진행했으며 중국이 2번 우승(2017년, 2019년)을 차지했다.
올해 SWC 2020 에서는 홍콩과 대만 선수가 각각 1, 2위를 차지하는 등 중화권 내 서머너즈 워의 인기를 시사했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3일 컴투스 리포트에서 “컴투스는 중국 코어 유저들을 위해 아시아퍼시픽 지역컵과 별도로 중국대표 선발전을 개최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해 온 과정이 존재한다”며 “따라서 이번 외자판호 확보는 합당한 결과로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중무역 갈등과 국제정세가 달라지면서 중국이 한국과 문화 교류를 통해 미국을 우회적으로 견제하기 위함으로 분석한다.
한국게임학회 관계자는 3일 중국의 외자 판호 허가와 관련,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된 이후 한국·미국·일본의 전통적 동맹중심 외교가 떠오르면서 중국이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 판호 발급은 실질적인 문화 교류라기에는 작은 예시에 불과”하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바이든 취임 이전 한국을 달래기 위해 표면적으로 한국과 문화 교류 및 서비스 무역 강화에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는 게임 판호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다양성과 기술성 가진 중국 게임과 경쟁, 판호 발급 확대는 남아있는 숙제
그러나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이번 컴투스 ‘서머너즈 워’ 판호 발급이 확실한 중국 개방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한한령이 실시되기 이전인 2016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의 판호를 발급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3월에 이어 8월에 외국산 게임 28개에 대해 판호를 발급했으며 3분기 기준 올해 총 55개의 게임이 중국 시장 진출허가권을 얻었을 뿐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컴투스에 대한 판호 발급으로 규제에 대한 명분이 사라진 만큼, 향후 한국은 추가적인 판호 발급에 대한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숙제는 중국 게임과의 경쟁이다. 중국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양산형 게임’이라는 오명을 벗고 놀라울 정도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중국의 모바일 게임은 그래픽·스토리·장르 다양성 등 다방면의 높은 퀄리티로 유저들을 사로잡는 한편, 한국은 아직도 MMORPG 장르와 ‘확률형 아이템’ BM 모델 갇혀있기 때문이다.
위 학회장은 “게임업계에서는 한국 게임이 중국 게임을 보고 배워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나올만큼 위기도 등장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게임들은 다양성·기술성 부문에서 한국을 많이 앞지른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