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일본열도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편의 광고가 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나이키의 “You Can’t Stop Sport” 동영상 얘기다. 나이키는 광고를 통해 일본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소수자 차별을 보여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광고에 대한 평가는 갈렸고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광고에는 집단 괴롭힘과 차별을 당하는 재일한국인, 일본인, 흑인 혼혈 등 3명의 축구부 여학생들이 등장한다.
모델 중 한 명을 일본인 여학생으로 쓴 이유는 아마도 모두 외국인으로 쓸 경우 일본인에 의한 민족차별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린 듯 하다. 일본인들에 의한 차별이 아닌 일본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차별로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그녀들이 일상에서 괴롭힘 당하는 장면들이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그려진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축구선수의 꿈을 위해 열심히 훈련하는 당당한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그동안 나이키는 많은 찬반 논란을 일으키며 편견과 불평등에 맞서는 메시지의 광고를 수 차례 제작한적이 있다.
2018년 “Just Do It” 30주년 광고에서는 흑인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 시작 전 무릎을 꿇고 시위했던 NFL의 콜린 캐퍼닉 선수를 모델로 캐스팅하여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5월에도 시위도중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Don’t Do It”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광고를 통해 “한 번만 하지 마라”, “인종차별에 등 돌리지 마라” 등 “Don’t”를 활용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Don’t Do It”은 나이키 슬로건인 “Just Do It”과 상반된 의미다. 스포츠에 대한 긍정 그러나 사회 부조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슬로건의 변형을 통해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광고를 보며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는 과연 나이키를 선하게만 볼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나이키는 지구를 지키는 그린피스도, 어린이를 돕는 유니세프도 아니다.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다국적 기업일 뿐이다. 때로는 그들이 하는 활동의 결과가 사회에 보탬이 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핫한 사회적 이슈를 마케팅에 활용하여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높이고 매출을 극대화 한다는 지극히 기업가적 발상인 것이다.
차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의 광고를 통해 일부 안티 고객이 생길 수는 있으나 사회적 관심도 끌고,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 높이고, 차별 받는다고 느끼는 더 많은 사람들을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니 충분히 남는 장사다.
이는 과거 베네통이 주로 활용했던 마케팅 전략과도 유사하다. 신부와 수녀가 키스하는 장면, 서로 원수 지간인 두 나라의 정상이 키스하는 장면, 피 묻은 셔츠와 군복을 보여주는 장면 등 베네통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전쟁, 인종갈등 등을 소재로 활용한 쇼킹한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며 세계적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둘째는 나이키 광고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을 보며 반성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는 과연 차별이라는 문제에서 떳떳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도 이보다 못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장애인에 대한 차별, 외국인에 대한 차별, 다문화 아이들에 대한 차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지역 차별, 세입자에 대한 차별, 심지어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벌어지는 분양아파트 주민에 의한 임대아파트 주민에 대한 차별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차별들이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행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