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T 구현모와 SK텔레콤 박정호의 탈통신이 경계할 맹점
5G 이용자 1000만명 시대, 만족도는 30%에 불과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올해 통신업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탈통신’이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는 CEO 직속 조직을 두고 신사업 발굴, 디지털 전환(DX)부터 사명 변경 추진까지 종합 ICT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KT와 SK텔레콤은 올 3분기 매출의 약 40%를 비통신 부분에서 기록했다. 양사는 앞으로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 비통신 분야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탈통신 가속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통3사는 아직까지 MNO(유무선 통신)사업에서 절반을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5G는 각사의 가입자 순증을 이뤄내며 둔화됐던 통신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했다.
게다가 초기 인프라 구축 및 R&D(연구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비통신 분야에 비해, 통신 사업은 안정적인 고객확보와 영업이익 확보가 가능한 분야다. 크게 이변이 있지 않는 한 통신에서의 매출은 매년 수조원을 기록해주는 '캐시카우'인 셈이다.
이처럼 고객과 매출이 뚜렷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의 통신 서비스 만족도는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제 30차 이동통신 기회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5G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30%대에 그쳤다. 심지어 5G에 가입했다가 LTE로 돌아간 가입자는 상용화 이후 현재까지 약 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민단체는 비싼 요금을 지불 했음에도 속도·커버리지가 현저히 떨어진다며 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협의회는 ‘5G불통’ 관련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이통3사의 조정안 수락 거부로 인해 조정이 그대로 종결된 상태다.
현재 통신서비스와 관련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자율분쟁조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분쟁조정은 강제성이 없다. 실제 지난해 6월부터 방통위에 접수된 5G 분쟁 민원 1만7000여건, 조정신청 접수는 691건이다. 이 중 합의가 이뤄진 조정은 70건 안팎으로, 10%에 그쳤다.
통신사들은 탈통신 사업을 강조하기 이전에, 보다 통신사업에 충실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미래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목표에 가려 주객이 전도된다면 통신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통신은 '잡아놓은 물고기'가 아닌 탈통신을 위한 성장 기반이기 때문이다.
또한 5G 통신 품질의 일정 수준을 보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기틀도 마련해야 한다. 계속되는 서비스 품질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강력한 규제와 그에 따른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법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정부의 관심도 더욱 요구되는 부분이다.
세계최초로 5G를 상용화 한지 약 1년 8개월이 지났다. 그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품질 규정과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앞으로도 5G 선도국으로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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