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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때우기' 혐오하는 한국 직장인, '유연근로제'와 '선택근로제' 확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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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입력 : 2020.12.23 12:00 ㅣ 수정 : 2020.12.24 08:14

대한상의, 직장인 300명 조사 결과... "업무 끝내고 싶은데 퇴근 독촉하면 곤란해"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올해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4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적용되는 가운데 한국 직장인들이  '유연근무제' 및 '선택근무제' 확대를 절실하게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 때우기식' , '눈치 보기식' 근무라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업무에 집중하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전면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인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3일 발표한 ‘근로시간에 대한 직장인 인식 조사’ 에서 이 같이 나타났다. 최근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정부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유연근로제 등을 확대하고 있지만 민간부문에서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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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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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로제 확대에 대한 직장인 의견 [사진제공=대한상의]

직장인들이 유연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업무시간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인의 일하는 시간과 업무성과가 비례하는 편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4.4%가 ‘비례하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다. 

 

근로시간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데 근로시간만 엄격히 규제하면 비효율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한상의가 직장인들에게 엄격한 근로시간 관리로 업무에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62%가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불편사항으로는 ‘긴급업무 발생 시 대응 곤란’이라는 응답이 42.8%로 가장 많았고, ‘집중근무 어려움’(33.9%), ‘경직된 출퇴근시간 등으로 생활불편 초래’(22.8%)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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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엄격한 근로시간 관리로 인한 애로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중견 IT업체 A과장은 “고객사 요청으로 업무가 한꺼번에 몰릴 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업무 집중도가 높은 날에는 일을 다 끝내놓고 싶은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날에도 회사에서 퇴근시간 됐다고 퇴근을 독촉하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본인 스스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직장인들의 목소리다. 개개인의 업무내용이 다르고 업무상황도 수시로 변하는 만큼 각자가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 "R&D 외 직종에도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의견 지배적

 

직장인들은 먼저 ‘선택근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선택근로제는 일정한 정산기간 내에서 어떤 주에는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일을 하고, 다른 주에는 초과한 시간만큼 더 쉴 수 있는 제도다. 지난 12월 9일 국회가 연구개발(R&D) 업무에 한해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지만 직장인의 76.3%는 R&D 외 직무에도 정산기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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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필요성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식품음료제조업체 B대리는 “외견상 R&D는 연구직만 수행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기획‧마케팅 등 유관부서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고 지적하고, “국회에서 R&D 업무만 정산기간을 확대해 제도의 실효성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융사 C과장의 경우 “업무가 많은 날도 있지만, 업무가 적은 날에는 퇴근시간까지 그냥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하며 “정산기간이 확대되면 그런 자투리 시간을 모아서 여름에 1달 정도 휴가를 쓰고 싶다”는 희망을 말했다.

 

 

■ 고소득자는 완전한 지율근무제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필요... 고소득 기준은 ‘연봉 8000만원’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완전한 자율근무제'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많은 직장인이 공감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근로시간 관리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소득 관리직 등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로 미국, 일본 등에서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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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Collar Exemption 도입시 적정 소득기준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국내에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의 87.5%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절대 다수의 직장인이 고소득 직장인에게는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도입할 경우 ‘고소득의 기준은 얼마 이상이 적당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평균 7950만원으로 답했다. 현재 미국은 10만 7000달러(1억2000만원), 일본은 1075만엔(1억2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근로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 주52시간제에 대해서는 긍정평가 우세... ‘만족’ 58% > ‘불만족’ 11%

 

한편 직장인들은 주52시간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52시간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조사 대상의 58.0%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불만’이라는 응답은 11.3%였으며, ‘중립적’이라는 응답도 30.7%나 됐다.

 

직장인이 주52시간제에 만족하는 이유는 ‘근무시간 감소’가 65.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불필요한 업무 감소’(18.4%)나 ‘업무 집중도 증가’(11.4%)도 만족하는 이유로 꼽혔다.  반면 불만이라는 이유로는 ‘소득 감소’(37.0%)가 가장 많았고, ‘업무효율 저해’(29.6%)와 ‘업무부담 가중’(22.2%)을 답한 직장인도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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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전인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글로벌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구소나 사무실에서 혁신이 쏟아져야 하는데, 주52시간제가 획일적인 규제로 작동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주52시간 시대에 맞게 장시간 근로는 방지하되 이제는 우수한 인재들이 일할 때 맘껏 일하고 쉴 때 충분히 쉴 수 있도록 유연근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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