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내보내기 시작한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쯔의 조기퇴직 전략 논란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의 최대 광고회사 덴쯔(電通)가 내년 1월부터 자사의 직원 일부를 개인사업자로 전환시켜 업무위탁을 맡기는 새로운 근무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직원들은 덴쯔를 조기 퇴직하여 새로 설립되는 회사 ‘뉴 호라이즌 컬렉티브 합동회사(이하 ’NH')’와 10년간 업무위탁 계약을 맺는 사장으로서 제 2의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로 신분이 바뀌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게 되고 덴쯔로서는 상여금을 포함한 고액의 정규직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 네티즌들로부터 ‘장시간 노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꼼수’, ‘이름만 그럴싸한 정리해고’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사측은 오히려 직원들의 적극적인 요청에 회사가 관련 제도를 마련해준 것일 뿐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대상 직원은 근속 20년 이상의 60세 미만 직원 또는 근속 5년 이상의 40대 이상 경력직으로 약 2800명의 직원들이 해당된다.
사내에서는 이미 20회 이상의 설명회와 70회 이상의 개별상담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약 230명의 직원들이 개인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압박에 마지못해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에 덴쯔 홍보담당자는 ‘자주적인 선택이었으며 회사가 (강제적으로) 전환시킨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인생 100세 시대를 대비하여 직원들이 개인사업자 전환을 통해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개인사업자 전환을 통해) 지금까지 덴쯔가 광고제안을 하지 못했던 지방 소기업이나 지자체, 교육기관이나 스타트업 등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덴쯔 측은 40세 이상의 고액연봉자들만 개인사업자 전환대상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20~30대는 비즈니스 스킬을 습득 중인 단계에 있고 인생 100세 시대를 아직은 실감할 수 없는 세대라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덴쯔는 직원들의 부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퇴사하지 않는 한 겸업이나 창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본 전역에서 일하는 방법의 개혁이 진행되고 부업과 겸업이 활성화되는 와중에도 경직된 태도를 바꾸지 않다가 극단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 전환이라는 방법을 도입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부업이나 겸업을 허용하기에는) 사회보험이나 노동재해와 관련된 법의 정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개인사업자로 전환되면서 행여나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위탁계약을 맺은 처음 10년간의 고정보수는 (직원이었을 때의) 50~6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고정보수란 개인사업자로서 NH로부터 위탁받는 업무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말한다.
고정보수는 10년 간 단계적으로 줄어들지만 위탁받은 업무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더해 추가 인센티브가 지급될 것이고 덴쯔 직원으로 남았다면 할 수 없었을 개인사업을 통한 추가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갑작스런 수입 감소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NH는 덴쯔 직원들이 개인사업자로 독립하고 각자의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위한 10년간을 지원하기 위해 새롭게 설립되는 회사다. NH의 업무위탁은 기본 10년으로 그 전에라도 자립이 가능하다면 사업주는 NH측에 계약해지를 요청할 수 있지만 반대로 계약기간 10년이 지난 후에 개인사업을 포기하고 덴쯔 정직원으로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남는다.
덴쯔는 일단 NH를 통해 개인사업자가 된 직원들의 사업들을 분석, 평가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며 다른 직원들의 계속적인 개인사업자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직원으로서 승승장구하던 기세를 개인사업자가 되어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성공적인 케이스로 기록된다면 광고업계를 넘어 일본사회 전체에 새로운 근로방식으로 자리 잡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