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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 칼럼

백신 확보는 경제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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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 소장
입력 : 2020.12.29 10:00 ㅣ 수정 : 2021.01.05 08:34

내년 글로벌경제 최대 변수는 ‘백신 격차(Vaccine Divide), '안전국가' 복귀 위한 속도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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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뉴스투데이=문성후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1월 20일 한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정부의 정책력, 의료진의 헌신,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로 한때는 K-방역을 전 세계에 홍보할 정도로 한국에서 코로나는 안정세를 보여왔다.

 

필자도 올해 6월에 출간한 ‘부를 부르는 평판’에서 K-방역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상세히 강조하였다. (6월 2일 발표된 신규확진자는 38명이었다).

 

그때만 해도 경제와 방역이라는 선택지에서 국민이 방역을 택한 희생 덕분에 코로나와는 일상 경제가 가능한 정도로 공존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3차 팬데믹으로 K-방역 시스템은 궁지에 몰려가고, 거리두기 단계는 경직적으로 상향되고 있으며, 경제 상황은 아무리 영끌해도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로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은 ‘측정 불가’다. 그 와중에 해외에서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었다. 영화 ‘컨테이전’은 그렇게 현실이 되었다.

 

‘백신 선두국가’들은 인구수를 초과하는 백신을 확보하고 이미 접종을 시작한 데 반해, 백신 후발국들은 이곳저곳 제약사와 (면책조항 수용은 물론 아마도 웃돈까지 주어 가며) 협상에 매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소란 속에서 정부는 최근 국민에게 백신의 안전성과 긴급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었다. 경제냐 방역이냐에 이은 두 번째 양자택일 질문이었다. 지난 22일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백신에 대해 '긴급성' 54.9%, '안전성' 41.1%로 긴급성을 우선하는 의견이 다소 앞서 있으나, 민주당 지지층은 '안전성 우선'에, 국민의힘 지지층은 '긴급성 우선'에 각각 약 80% 공감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오마이뉴스 12월 24일자 기사 참조)

 

국민은 백신 전문가가 아니다. 지금처럼 팬데믹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는 정부는 ‘문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지더라도 큰불부터 끄는 소방수’가 되어야 한다. 얼마만큼 희생을 감수하고 불을 끌지는 정부가 궁리해서 실행할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라도 정부가 백신을 속전속결로 확보하고 안정성을 고려하여 접종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은 옳은 판단이다. 

 

그간 갈지자 행보를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정부의 백신 확보는 수량(24일 현재 4,600만명분 확보 정부 발표 기준)이나 방향 면에서 점차 정리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 계획대로 이행된다고 해도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은 빨라야 내년 말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앞으로 또 1년여이다.

 

이번에는 ‘격차’의 문제다. 당분간 세상 사람은 ‘백신을 맞은 사람’과 ‘백신을 안 맞은 사람’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백신 격차(Vaccine Divide)’다. 그런데 이 격차가 지닌 폭발점은 국민의 건강만큼 각 국가의 ‘경제 건강’에도 큰 차이를 만든다는 데 있다. 백신 선두국가들은 2021년부터는 그간 코로나에 쓴 국가 채무와 기업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서 민관이 똘똘 뭉쳐 백신 후발 국가와 초격차를 벌리기에 안간힘을 쓸 것이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백신을 조기 확보한 개발도상국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까지 코로나 대응을 위해 미국은 4000조 원, 일본은 2조 4000억 원, 독일은 1조 5000억 원을 재정 지출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대응 지출액만 1경 원(13조 달러)이 넘었다. (한국경제신문 12월 24일 자 기사 참조) 

 

당연히 각국 정부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백신을 통한 경제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여기에 민간부문의 활성화가 더해지면 백신 선두국가와 후발 국가와의 경제적 차이는 현격해질 것이다. 지금 분위기로 봐선 백신 선두국가와 후발국 간의 ‘면역 간극’은 약 1년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간극 동안 백신 선두국가의 기업들이 얼마나 약진할지는 상상하기 싫을 정도이다. 한 예로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우버, 아마존, 포드 등 자동차회사, 미국 은행협회 등은 벌써 자사 직원부터 백신을 먼저 놔달라며 신발 끈을 고쳐매고 있다. 백신 맞고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계산이다.

 

빠른 면역만이 경제회복임을 간파한 국가들은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고, 연내 접종 국가만 해도 30여 개국으로 알려졌다. 소재, 부품, 장비 산업으로 우리와 첨예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은 약삭빠르게 이미 2억 9000만명분을 확보하여 내년 2월쯤 접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는 사람이 움직여야 살아난다. 사람이 살아야 경제도 산다. 당분간 백신 접종 증명서가 여권만큼 중요해질 수도 있다. 여권 없으면 해외여행 못 가듯 백신 접종 증명서 없이는 글로벌 경제 전쟁에 발도 못 디디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와 국회는 지금부터 글로벌 경쟁 속에서 ‘면역 간극’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집중해야 한다. 백신 확보를 이젠 ‘보건정책’뿐이 아니라 ‘경제정책’으로도 접근해야 한다. ‘진영정책(陣營政策)’은 아예 젖혀둬야 한다.

 

백신은 경제 전쟁의 무기(武器)다. 정부는 2021년 두 가지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첫째는 백신의 원활한 접종을 통해 안전한 국가로 복귀하는 일, 둘째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여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일이다.

 

산수 과목을 사회 과목으로 풀려고 하니 자꾸 오답이 나온다. 경제는 시장에 물으면 답을 준다. 2021년에는 탈(脫) 정치된 경제정책이 작동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도 힘을 내고 뛴다.

 

 

◀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 리더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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