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김해에는 주요부위를 잘라내고 남은 상품성이 낮은 고기를 모은 생소한 이름의 뒷고기가 있다. 정식 유통이 아닌 뒷구멍으로 유통되는 고기를 일컫는 은어다.
고기에 뒷고기가 있다면 광고에는 뒷광고가 있다. 광고비를 뒷구멍으로 받고도 안받은 척 시치미 떼고 하는 광고다. 얼마 전 유명 스타일리스트와 인기 유튜버들까지 관련된 소위 뒷광고 파문이 있었다.
“놀면 뭐하니?” 에서 유재석의 또 다른 부케인 지미유도 대놓고 간접 광고를 한적이 있다. 그러나 비난은커녕 그 절묘함과 위트에 시청자들은 웃음과 격려를 보냈다. 왜 이런 차이가 난 걸까?
그것은 몰래와 대놓고의 차이며, 또한 도덕성의 차이인 것이다.
근 큰 정치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도 알고 보면 팩트 자체의 위법성보다는 은폐, 축소, 부정 등 팩트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도덕성이 문제였다. 뒷광고에서도 문제가 된 것은 남들을 속였다는 점, 즉 도덕성인 것이다.
“내돈내산”이라고 공공연히 말해놓고 뒷구멍으로 협찬을 받거나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바른 태도는 협찬을 받았으면 떳떳하게 밝히던지 쪽 팔리면 아예 받지 않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 방송에 상품을 슬쩍 끼워 넣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PPL(Product Placement)도 일종의 뒷광고다.
짐 캐리의 출세작인 “트루먼 쇼”를 보면 PPL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영화는 주인공을 뺀 모든 사람들에 의해 수 십 년간 자행된 사기극에 관한 얘기다.
트루먼의 주변 사람들이 대화 중 뜬금없이 세제 이야기, 음식 이야기, 가전제품 이야기로 그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때 지인들이 했던 행위가 바로 간접광고인 PPL이다.
이 영화의 내용을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놓고 하는 PPL 그래서 제목도 “하나원큐 대놓고 PPL광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주인공 남녀가 대화를 하는데 일상적이지 않다. 화면 오른쪽에는 꼭 말해야 할 키워드들이 보이고 남자 주인공이 그 말들을 넣어 억지로 말을 만
들며 대화를 이어간다. 마치 트루먼 쇼에서 대화 중 광고문구를 말하는 것처럼 어색하고 쌩뚱맞다.
이 광고는 한 두 번 보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제작자들도 그런 어려움을 알았는지 광고 후반부에 뭔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황당해 하는 남편에게 아내가 정확히 설명해 주는 장면을 추가했다.
물론 이 광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PPL과는 다르다. PPL이라는 형식을 채택한 일종의 광고 표현 아이디어다.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 상품의 특장점을 강조하고 잘 알리기 위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효과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짧은 시간 한 단어를 남기기도 쉽지 않은 광고에서 너무 많은 것을 남기려 과욕을 부린 것은 아닌가 싶다.
뒷광고, 간접광고들을 보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이 생각났다. 또한 광고를 광고라 부르지 않고 애써 숨기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그것은 아마도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언론과 광고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재닛 쿡이 마약의 심각성을 고발한 [지미의 하루]라는 창작 소설(?)로 퓰리처상을 받은 것처럼 언론 또한 도덕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함에도 사람들은 기업이 돈 주고 하는 광고보다는 언론이 하는 방송과 기사를 더 신뢰하는 것이다.
◀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