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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시장에서 승승장구 오리온과 발 빼는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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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슬 기자
입력 : 2021.01.05 07:00 ㅣ 수정 : 2021.01.05 07:00

롯데, 베트남 진출 14년만에 비비카 보유 지분 44% 전량 매각 / 오리온, 베트남 진출 15년만에 누적 매출 2조원 돌파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롯데제과는 2007년 베트남 제과시장에 현지 회사를 인수해 ‘비비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최근 롯데제과는 비비카의 주식 전량을 매각하며 베트남 제과시장에서 빠져나왔다.

 

반면 비슷한 시기인 2006년 베트남 제과시장에 본격 진출한 오리온은 지난해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지역 시장 확대의 발판이 되는 거점이자 경제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만큼 두 기업의 다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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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제공=롯데 / 그래픽=뉴스투데이]

 

■ 롯데, 비비카 자회사화 꿈꿨지만 베트남 시장서 쓸쓸히 퇴장

 

롯데제과는 지난 2007년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던 비비카(BIBICA Corporation) 지분 약 30%를 인수하며 베트남 제과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2014년 말 지분율을 44.03%까지 늘리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지만, 롯데는 비비카의 주식 44.03%에 달하는 총 678만9730주를 오는 27일까지 매각할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비비카 지분 매각 이유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비비카를 두고 경영권 경쟁을 벌였던 베트남 현지 기업 팬푸드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 다툼에서 패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와 팬푸드의 경영권 다툼은 지난 2015년 2월 팬푸드가 현지 투자회사인 SSI자산운용으로부터 비비카 지분 15%를 사들이며 시작됐다. 비비카 지분 6.13%를 가량 갖고 있던 팬푸드는 지분율이 21.13%로 올라갔다.

 

이후 팬푸드는 같은 해 4월 비비카 주식 326만주를 추가 매입해 42.25%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당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던 롯데는 44.03%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빠르게 지분을 흡수한 팬푸드에게 돌아갔다. 팬푸드가 소액주주로부터 비비카 주식 326만주를 공개 매수해 총 770만주로 지분율 50.07%까지 끌어올려 롯데를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게 했다. 팬푸드의 모회사 팬그룹은 비비카의 소유권을 10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베트남을 인도네시아와 함께 ‘신남방정책’ 핵심 국가로 정했지만, 사실상 베트남에서의 제과사업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롯데제과 베트남 자회사 매각은 진행됐고, 비비카 지분 매각도 현재 진행 중”이라며 “추후 베트남 제과 장 공략에 대한 계획 등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

 

■ 베트남과 중국에서 쓴맛 본 ‘롯데제과’와 승승장구 중인 ‘오리온’

 

롯데제과가 베트남 현지 회사를 인수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운 반면에, 오리온은 베트남 호치민에 미푹공장을 설립해 2006년부터 오리온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오리온은 지난 2015년 베트남 시장 진출 10년 만에 현지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15년만인 지난해 2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10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은 9%를 웃돌고 있으며, 베트남 파이 시장의 70%가량은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롯데도 2012년 비비카의 사명을 ‘롯데-비비카’로 변경하자고 제안했지만, 비비카의 반대로 실패했다. 롯데지주는 비비카 경영권에 간섭하며 롯데제과 자회사로 만들고 싶어했지만, 비비카는 팬그룹과 손을 잡고 롯데제과 인수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지역 시장 확대의 발판이 되는 중요 거점이며, 전체 인구 가운데 젊은 층 비중이 높고,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베트남의 예는 중국에서의 데자뷰를 연상하게 한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해 중국의 보복으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6곳의 현지 공장 중 2019년 3월 4곳의 매각을 결정했다.

 

반면 오리온은 2016년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소위 잘 나가다가, 사드보복으로 2017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5000억원 줄어든 8632억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90% 이상 하락해 192억을 기록하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중국에서 철수하지 않고 버티기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4년만인 2020년 오리온은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누적 매출이 1조18억원을 돌파했다. 중국은 오리온의 최대 매출 국가로 2019년 기준 매출액은 9763억원으로 동기 국내 매출액인 7174억보다 2600억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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