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13)] 새해결심을 부추기는 홈쇼핑 광고
끊기와 빼기의 악순환 새해목표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연말, 연초가 되면 대부분 새해목표를 세운다. 그것은 제대로 이룬 것이 없는 지난 한 해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 그리고 올 한해는 지난해 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강박 때문일 것이다.
남자들의 새해목표는 심플하다. 금주 아니면 금연 한마디로 “끊기”다. 여자들의 경우는 더 심플하다. 나이, 결혼, 직업과 상관없이 공통된 새해목표는 다이어트다. 한마디로 “빼기”인 것이다.
이러한 결심은 거의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난다. 남자들의 경우 금주, 금연에 대한 스트레스로 술을 더 마시고, 담배를 더 피우게 된다. 그래도 여성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투자된 것이라곤 기껏해야 금연 보조제, 초콜릿, 사탕 정도일 테니 말이다.
여성들은 살과의 전쟁에 나서며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황산벌 전투에 나가기 전 가족들의 목을 베어버린 계백장군처럼 입고 있는 멀쩡한 옷들을 없애버린다.
한 수 더 떠 탄금대 전투에서 죽기를 각오하며 배수의 진을 친 신립장군처럼 다이어트에 성공한 슬림해진 몸에나 맞을 옷들을 미리 잔뜩 사서 옷장에 진을 친다.
그녀의 다이어트에 대한 욕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평소 거들떠 보지도 않던 다이어트에 좋다는 운동기구에도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어느 화창한 휴일 소파에 먹을 것을 잔뜩 쌓아놓고 누워, 평일에 못 본 드라마를 몰아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TV 홈쇼핑에서 러닝 머신, 음파운동기, 스쿼트 머신 등 소위 잘나가는 가정용 운동기구 3총사를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질러버린다.
그녀의 계산은 이랬다. “피트니스 연회비 90만원, 2년이면 180만원, 그 돈으로 가정용 운동기구를 사서 집에서 운동하면
2년이면 본전 뽑는다.” 그래도 지출인지라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던 그녀는 마음의 부담을 덜어줄 새로운 계산법을 생각
해 낸다.
그것은 추가지출 없이 평소 쓰던 비용을 절약하고, 그렇게 절약된 돈으로 원하는 것을 사는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녀 스스로도 그런 기발한 생각을 해낸 자기 자신이 대견하다.
그 대견한 생각은 이렇다.
“하루 커피 한잔 안마시고” 그렇게 절약된 돈(하루 5,000원, 한달 150,000원, 1년 1,800,000원)으로 운동기구를 모두 산다. 여기서 잠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지 않은가? 이 말은 홈쇼핑에서 귀가 닳도록 들었던 단골 레파토리다.
여성들의 새해목표인 다이어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버린 옷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옷장을 열 때마다 입지도 못하는 옷들을 보며 또 한번 스트레스 받고, 오랫동안 사용 안하고 먼지만 잔뜩 쌓인 운동기구를 보며 스트레스는 정점에 도달한다.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는 다시 먹는 걸로 푼다. 이렇듯 과욕이 부른 대참사는 연례행사처럼 악순환 된다. 다음 글에서는 “왜 홈쇼핑만 보면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사게 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겠다.
◀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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