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인터뷰] 이기식 前 해군작전사령관, “경항모, 전시 작전 효율성 극대화하고 평시 국가이익 보호에 기여”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01.11 13:02 ㅣ 수정 : 2021.02.10 20:37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공세적 공격 가능해져…호위 전력 추가 확보 위한 예산 소요도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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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한경 시큐리티팩트 에디터] 지난해 12월초 국회 국방위원회는 정부가 편성한 2021년도 경항공모함(이하 경항모) 사업 예산 101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는 12월 30일 해군이 요구한 경항모(다목적 대형 수송함-Ⅱ) 소요를 확정하고 중기계획에 반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군은 2030년초에 3만t급 규모의 경항모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도 신년사에서 “경항모 등 미래 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 경항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유력 언론은 ‘문 대통령이 경항모 쇼를 한다’는 주장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에 해군 작전에 정통한 이기식 前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해군중장)과 지난 8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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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자신의 개인 연구실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기식 前 해군작전사령관. [사진=이서연 기자] 

 

Q. 해군이 경항모를 도입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A. 우선적으로 유사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나아가 주변국의 잠재 위협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전시에는 지상에서 발진하는 공군력과 더불어 경항모를 중심으로 해상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가진 무기체계를 운용함으로써 적의 방공망을 포함한 방어능력을 분산시키고 종심 작전을 신속히 지원하여 전구작전의 효율성 및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상륙 작전 시 기동헬기의 모함으로 상륙 전력을 공중으로 신속히 진입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탑재된 전투기 및 공격헬기를 이용하여 적시에 화력지원이 가능해 상륙 전력의 생존성을 높이고 속전속결로 전승을 보장할 수 있다. 아울러, 평시 해군력 현시를 통해 주변국의 도발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원해에서 재외국민 및 국가이익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Q. 지난해 12월 국회 국방위원회가 경항모 사업 예산 101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했는데, 해군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나? 

 

A. 기본설계 착수금이 거의 모두 삭감된 것은 매우 아쉬우나, 용역 연구비 1억원이 반영된 것은 사업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사업의 절차적 미비점이 있으니 이를 보완해 제대로 추진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면 기본설계 착수금의 정상적 반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Q. 경항모 도입 시 호위 전력의 추가 확보가 필요해 많은 예산이 든다는데.

 

A. 현재 작전 운용 중인 전력을 잘 이용하면 경항모에 대한 호위가 어느 정도 가능하며, 기존 소요에 반영된 전력 또한 경항모 운용을 고려하면서 추진해왔기 때문에 경항모가 도입될 시기에 필요한 호위 전력은 충분히 확보될 것이다. 그러므로 경항모 도입 시 호위 전력 추가 확보에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Q. 한반도 자체가 가라앉지 않는 ‘불침 항모’이고 공중급유기도 있어 경항모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A. 한반도가 ‘불침 항모’란 주장은 ‘대륙적 해양사고’에 기인한 잘못된 인식이다. 기동성과 융통성을 가지고 해상에서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 경항모와 고정된 곳에서 움직이지 못해 언제든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육상기지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특히 공군기지는 공격을 받아 피해가 발생하면 장시간 운용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항모는 다양한 호위 전력에 의해 충분한 방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존성이 높은데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공세적 작전을 실시할 수 있어 육상기지에 비해 훨씬 이점이 크다. 그럼에도 혹자는 경항모 도입 예산으로 공군기지 방어용 무기체계를 구입해 공군기지의 생존성을 높이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공중급유기가 있어 경항모가 필요 없다는 주장은 공군기의 체공시간이 늘어나는 재급유 문제만 고려한 것이지 한 번 공격하면 기지로 복귀해 재무장을 해야 하는 사실은 간과한 것이다. 경항모는 재급유는 물론 재무장까지 신속히 할 수 있어 작전 반응속도가 빠르고 필요한 화력을 적시에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Q. 해군이 구상하는 경항모의 디자인이 장거리 저공비행 표적을 탐지하지 못하고 F-35B를 운용하기에는 갑판 면적이 너무 좁다는 지적도 있는데.

 

A.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 지금은 개념설계를 준비하고 있는데, 스텔스 기능을 갖는 것과 아일랜드 브릿지를 2개로 건조해 생존성을 향상시키려는 정도이다. 선행연구 및 기본설계를 거치면서 점차 디자인이 구체화될 텐데, 경항모의 자체방어는 호위 전력과 함께 보강하고 갑판 면적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제기되는 우려사항 대부분이 고려될 것으로 본다. 

 

Q. 경항모용 F-35B 도입 때문에 공군 F-35A 도입이 미뤄질 거란 얘기도 있다.

 

A. 경항모에 탑재할 전투기는 별도 예산으로 추진될 예정이므로 공군 전력 발전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전투기를 공군이 운용할 예정이어서 공군은 다양한 기종의 전투기를 다수 보유하게 돼 각 기종의 운용상 이점을 잘 살린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일각에서 독도함이 ‘행사용’이라면서 경항모 도입은 이런 함정을 늘리는 것이고, 주변국을 자극해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A. 군사력 운용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말이다. 평시 적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특히 해군이 군사력 현시 활동에 많이 참여한다. 이런 활동에는 군사훈련 및 연습 공개, 함정 해외 순방, 해상관함식 참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와 같은 군사력 현시 활동을 행사용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며, 대국민 홍보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주변국은 이미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거나 확보를 추진 중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러시아, 일본이 우리 관할 해역에서 함정·항공기 활동을 증가시키는 모습은 미래 안보위협에 대비하지 않으면 주권과 국익이 위협 받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주변국의 안보상황이 경항모를 보유하게 만드는 것이지 경항모 보유가 주변국을 자극할 가능성은 없다.

 

Q. 당장 위협이 되는 북한의 핵미사일이나 잠수함 전력에 대비하려면 경항모 대신 우리 잠수함과 초계기, 방공시스템 등을 보강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A. 북한의 현존 위협에 대한 대비는 대단히 중요하다. 해군도 기존 전력의 첨단화와 잠수함, 미사일, 무인체계 등의 전력 증강을 통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현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미래 위협도 대비해 나가야 한다. 해군 함정 건조는 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 운용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이 경항모 도입 추진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본다.

 

이기식 前 해군작전사령관 프로필 ▶ 한국해양대학교 초빙교수, 前 제2함대 사령관, 前 합참 작전2처장, 前 광개토대왕함 함장, 前 제1함대사 작전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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