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로 본 청년취업대란 (15)] '타의적 욜로'가 된 17학번들, 동네빵집 알바도 10대 1
입학 할 때 '자의적 욜로' 즐기던 그들, 4년만에 '타의적 욜로'로 전락
[뉴스투데이= 안혜진, 용은혜 인턴기자]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이지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지금 이순간 마음껏 놀자’로 통용되어 쓰이고 있다. 한때, 이 이야기를 가장 많이 외치던 때가 있었다. 바로 2017년도이다.
당시에는 여전한 취업난을 비롯해 정유라 부정입학, 최순실 국정농단 등 얼룩진 소식들 가운데에 비트코인 대란까지 함께하게 되면서 청년층에서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대해 ‘의미’가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었다.
그 즈음 '욜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이는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세상 속에서 청년들은 ‘자의적’으로 욜로를 외치며 미래보다는 현재의 자신에게 투자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취업한파로 어느새 ‘자의적’ 욜로가 아닌 하는 일이 없어져 놀게 되는 ‘타의적 욜로' 학번이 되었다. 지난해 대학 졸업반이 됐지만 기업의 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들면서 취업문이 바늘구멍처럼 좁아졌기 때문이다.
기자는 17학번들을 만나 그들이 어떻게 ‘타의적 욜로’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사연을 청취했다.
■ ‘전문대 졸업자 A씨, "연락 오는 곳은 콜센터 뿐"
‘욜로’를 외치던 그들의 목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한 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였다. 코로나가 점차 확산되고 경제위기 속에 많은 고용 시장들이 축소되자 그들에게는 ‘욜로’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 13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취업 연령층 통계에서도 20대 청년층의 취업률이 가장 크게 감소했다.
취업에 상대적으로 4년제 대학교보다 특화되어있는 G전문대학교를 나온 A씨는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현재 연락오는데는 콜센터 밖에 없었다.”며 “정직원은 바라지도 않고 인턴이라도 한군데 붙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러다보니 졸업 후 취업에 대한 기대감에 스스로를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 17학번 예상 취업률은 44.5%, "흙턴이라도 하고 싶어"
한국경제연구원은 10월 4일 대학생 4156명을 대상으로 취업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17학번의 졸업생의 예상 취업률을 44.5%로 전망했다. 나머지 55.5%는 직업을 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처럼 취업문이 급격하게 좁아지면서 이제 인턴도 '금턴'이 되는 현상이 지속되자 잡일을 도맡아 하는 ‘흙턴’이라도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대표적인 채용 공고 사이트 ‘사람인’에서는 구직자 431명을 대상으로 ‘흙턴 지원 의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4.5%가 ‘흙턴’이라도 지원하고 싶다고 대답하였다. 무엇보다 그들이 ‘흙턴’을 지원하는 이유에는 대다수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쌓고 싶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인턴이라는 하나의 경력이 본인의 직무와 연관이 없어도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쓰기 위한 발버둥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이들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대부분 휴학을 선택했다.
■영문과 재학중인 B씨, "호주 단기유학 계획" / 사회체육학과 C씨, "물리치료사 자격증 준비" / 중문과 D씨, "동네 빵집 알바 지원자도 10명 넘어"
S대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17학번 B씨는 작년 3개월 동안 호주로 단기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B씨는 “영어영문학과에게 취업에 있어서 유학은 필수예요. 그런데 코로나로 무산되어서 당장 할 수 있는게 없더라고요.” 라고 답하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단 휴학을 선택한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그러나 학생들에겐 휴학을 해도 딱히 대안이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자격증 취득, 알바 뭐하나 쉬운 것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H대학교, 사회체육학과인 C씨는 현재 ‘휴학’을 하면서 물리치료사 자격증 준비 중에 있다. 그는 “지난해 자격증 시험을 보고 합격은 했는데 연수를 받지 못해 1년 6개월이 미루어졌다.”며 자격증 취득조차 현 상황에서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같은 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D씨는 “코로나로 어디 갈 데도 없어서 용돈벌이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알바를 구하려고 하는데 요즘에는 알바도 거의 취업이랑 경쟁률이 비슷하다. 동네 작은 빵집에 지원자가 10명 이상이었다”라고 설명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20대 가운데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음이라 답한 인구가 전년대비 25.2%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용 시장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의 현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 없이 현재를 즐기기 위해 외친 '욜로'는 이제 없다. 악화되어가는 현재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펜데믹이 현재를 위해 외친 '욜로'에서 고립되어가는 '타의적 욜로'로 단어의 뜻을 퇴색시켰다.
17학번을 비롯한 청년층들에게 ’코로나19를 발판삼자.‘라는 이야기는 허상이다.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염세주의에 빠져버린 청년층들에게 진정한 ’욜로‘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전환점은 없어 보인다. 기약없는 코로나 안정화와 정부의 대책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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