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 칼럼] 바이든 대통령의 키워드, 인명(人命)과 환경
한국의 대응 방향에 따라 새로운 기회 혹은 장벽으로 작용
[뉴스투데이=문성후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날 우리는 미국이 정상화(new normal)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America is America)고 반가워했다. 극우적 차별주의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기저효과 때문에 바이든은 더욱 돋보였고,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의사당 난입은 미국인의 선택이 역시 옳았다는 것을 확인해준 아이러니가 되었다.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바이든 취임일에 뉴욕 3대 증시인 다우, S&P, 나스닥 지수는 증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하였다. 우리 코스피 지수를 비롯하여, 일본 닛케이25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동반 상승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날부터 바쁘다. 트럼프 지우고, 침체한 미국 경제를 살려야 할 뿐 아니라 분열된 미국을 봉합해야 하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아야 하며, 코로나 보건 위기도 극복해야 하고, 좌파 진보인 민주당의 이념도 실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바이든이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대통령의 키워드를 읽는 것은 기업으로 치면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키워드는 그가 혹은 그녀가 어떠한 국가 정책을 추진하고, 동맹국과 적대국을 어떻게 대하며, 국제 질서 속에서 자국을 어디에 자리매김할지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다.
조지 레이코프는 오랜 기간 민주당을 지원하고 선거 전략을 도운 좌파 진보주의자이다. 그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 따르면, 미국의 민주당 등 좌파 진보는 전통적으로 질병으로부터의 보호와 환경보호 등에 중점을 두었다.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도 그 맥락으로 진영논리에 충실하게 국가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질병으로부터 ’인명(人命)‘을 보호하고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조기에 실행하여 사망자부터 줄이겠다는 바이든의 의지는 실질적인 정책 기조가 될 것이다.
팬데믹 속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오고 싶은 미국으로서는 방역이라는 장벽을 쳐서 먼저 자국의 인명부터 보호할 것이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오는 여행객들에게 코로나 검사와 자가 격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어도 글로벌 집단 면역이 이루어질 때까지 아주 철저한 방역 통제를 할 것이다.
코로나와 관계없이 바이든은 인명(人命)에 대해 깊은 관심을 유지하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도 강하게 추진할 것이다. 바이든은 아내와 13개월 된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로 여겼던 장남 보 바이든이 뇌암으로 사망하는, 가족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험이 있다. 가족을 3명이나 사고와 질병으로 잃었던 미국의 대통령이 가지는 인명에 대한 가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바이든이 취임하자마자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2차 대전 전체 사망자에 버금가는 인명을 1년 만에 잃었다‘라고 말한 것도 그가 가진 생명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가 트럼프를 맹렬히 공격했던 포인트도 바로 코로나로 인한 인명의 손실이었다. 인명을 소홀히 하거나, 보호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바이든은 양보와 타협 없이 제재를 가하거나 교역을 거부할 것이다. 인명에 대한 가치와 비중의 크기가 바이든의 미국과 교역하기 위한 기본 잣대가 될 것이다.
바이든은 그의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발견하고, 개발해 중동의 석유 과두 지배 체제에서 벗어나 지구온난화에 반전을 주는 미래를 본다.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번영한 나라로서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의무가 있다‘ 2007년에 쓴 자서전이다. 약 15년 전부터 바이든은 환경에 꽂혔었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그는 청정에너지를 과감하게 도입하겠다며, 2050년에는 순(純) 탄소배출량을 0로 만든다는 탄소중립계획도 발표하였다. 바이든의 친환경에 대한 소명 의식은 당장 무역 정책으로 표면화될 것이다. 그는 수조 달러에 달하는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고 친환경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것이다. 한편, 환경 파괴적인 국가나 산업에 대해서는 만약 교역을 원한다면 자국의 기준에 세밀히 맞추도록 요구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은 환영받을 것이며, 철강 석유 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은 차별받을 수 있다.
바이든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동맹을 복원하고,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관여하겠다(We will repair our alliances and engage with the world once again)‘고 말했다. 이제 다시 세계 경찰로서, 바이든은 미국이 세계의 정치와 경제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국의 정책 목표를 다른 나라에게도 강력히 요구하고, 새로운 글로벌 질서로 정착시킬 것이다. 무엇이든 사람은 중요한 것부터 먼저 처리한다.
그는 백신의 조기 접종과 파리기후협약에로의 복귀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명 보호‘와 ’환경 보전‘이 당분간 바이든의 국가경영정책을 읽는 결정적 키워드이다. 그 키워드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는 그 키워드를 모든 정책에서 결코 사소하게 보아선 안 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기회 혹은 장벽이 될 것이다.
◀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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