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재상고를 포기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태평양 이인재 변호사는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도 재상고하지 않으면 2년6개월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되고, 이 부회장은 이미 복역한 353일을 뺀 약 1년 6개월동안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이 부회장이 사면이나 가석방 등을 통해 중간에 풀려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로선 내년 7월까지 총수 부재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충격에 빠졌던 삼성전자는 본격적으로 비상경영체제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그룹 해체 이후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을 해온 만큼 일상적인 업무는 사장이 결정하고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되는 형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 내부에서는 최장 1년 6개월간 이어질 총수 부재 기간에 경영 차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현안들이 쌓여 있는데 제한된 보고와 정보만으로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당장 삼성전자는 30조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평택 P3라인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착공과 투자 규모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미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텔이 일부 반도체에 대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외주를 검토중인 가운데 삼성도 14나노미터(nm) 설비 위주인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에 총수가 부재한 것이다.
업계는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자국산업 보호 및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라 미국 진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압박하면서 다양한 ‘인센티브’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도 조만간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가 올해 최대 3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삼성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2017년에도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을 했지만 구속 전 인수 결정을 내린 하만 인수 절차나 이미 투자계획이 있던 공장 증설 등 루틴한 의사결정만 가능했다”며 “새로운 대규모 투자나 M&A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안목의 의사결정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