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정순균 강남구청장의 현대차 경영 개입선언, 정의선의 '배임' 강요하는 권력남용
이서연 기자 입력 : 2021.01.28 07:09 ㅣ 수정 : 2021.01.28 07:09
정순균 구청장, GBC 원안 추진 위해 정의선 회장 공식면담 요청/"현대차에게는 이익이지만 강남주민에겐 손해"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설계변경 계획에 반대하면서 '원안'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에 가까운 경영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정 구청장은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면담을 요청했다.
현대차는 105층으로 설계되었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를 70층 2개동이나 50층 3동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설계변경이 현대차에게는 이익이지만 강남구민에게는 손해"라는 게 정 구청장의 핵심논리이다.
이는 최고경영자(CEO)인 정 회장에게 주주가치에 반하는 '배임 행위'을 강요하는 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다. 표심 잡기에 눈이 멀어 법률은 고사하고 상식을 내팽겨친 행태라는 것이다.
■ 변호사 A씨,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를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권력 남용"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A씨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남 주민의 손해를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정 구청장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 구청장이 말한 일자리 창출 125만개와 268조원 경제효과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면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에 개입해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권력남용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구청장의 경영개입이 정의선 회장에게 '배임'을 강요하는 행위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이것은 법의 문제를 따질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식의 문제다”라고 단언했다.
■GBC 설계변경은 현대차 주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이익도 증진
현대차 등에 따르면, 원안인 105층의 공사비는 3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50층 3동 설계로 변경할 경우 공사비를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감축된 2조원 안팎의 비용으로 미래모빌리티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진다.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1조에 인수하고 앱티브 합작법인 설립에 2조원 투자한 것 같은 혁신투자를 진행할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
일조권 침해를 주장하는 인근 주민과의 갈등 비용 줄일 수 있다. 건물공간도 105개 층에서 150개 층으로 대대적으로 늘어남으로써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105층으로 건설될 경우 수천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군 레이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설계변경은 현대차 주주의 이익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이득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강남구는 그동안 현대차의 계획에 맞춰 공공 기여, 주변환경 개선 등 사업을 확정해 추진해왔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정 구청장은 지난 25일 삼성동 GBC와 관련해 “현대차는 회사와 투자자의 이익만 앞세워 지역발전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의선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정 구청장은 “글로벌리더기업인 현대차의 GBC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새로운 100년의 상징’이 돼야 한다”며 “현대차는 지나치게 자사의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설계 변경 추진은 경영전략의 문제이며, 구청장이 기업의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정치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