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이재용은 '차세대 QD' 집중 주문했는데 …LCD 급등에 삼성디스플레이 고민중

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2.05 06:39 ㅣ 수정 : 2021.02.05 06:39

중국에 밀린 LCD, 글로벌 수요 증가로 공급 연장 '울며 겨자먹기'…이 부회장 강조한 'QD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차질 우려 / 삼성 디스플레이 "LCD별개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양산화 주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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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계륵'이었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LCD 패널 평균가격이 지난해 1월에 비해 약 2배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HD급 32인치 제품은 지난해 1월 장당 32달러에서 올해 68달러로 2배 이상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가 장기화로 TV, 모바일 등 전자기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LCD의 가격의 상승은 물론 공급이 수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삼성 측 관계자는 "매번 적자를 기록하던 대형 디스플레이 부문이 LCD 가격 반등과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적자 폭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때아닌 LCD 호황에 삼성 디스플레이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3월 LCD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 삼성은 늘어나는 LCD 수요에 올해 말까지 공급연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선점한 'QD(퀀텀닷) 디스플레이'가 올해 본격적으로 양산화에 돌입하는데,  LCD 생산 연장으로 주력 사업을 놓치진 않을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중국과 LCD경쟁에서 밀려

 

LCD 패널은 사실 중국에 주도권을 뺏긴 시장이었다. 중국은 정부 보조금지원과 거대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글로벌 LCD 시장에 진출했으며 저가 물량공세로 가격경쟁력까지 높였다. 디스플레이 기업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쟁인 것이다. 결국 중국은 2017년부터 한국을 추월하고 2019년부터 세계1위 LCD 국가로 올라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경쟁에서 밀리자 빠르게 체질개선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해 8월 중국 쑤저우 LCD 생산라인을 중국 TCL 테크놀로지에 매각했다. 올해부터 LCD 디스플레이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차세대 퀸텀닷(QD) 디스플레이 개발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빠른 체질개선 계획과 달리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말까지 LCD 생산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TV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LCD 패널 수급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 LCD 생산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중단 일정도 3월에서 다시 고객과 협의 입장으로 변경됐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LCD 생산은 지난해 12월에서 3월까지 미룬 상태”라며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생산 연장 여부는 시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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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동관(중국) 공장에서 한 직원이 고객사에 공급할 노트북용 OLED 제품의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OLED, QD와 같은 신소재, 신사업 개발

 

삼성 디스플레이의 주력 사업은 LCD가 아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와 QD로 전환하는 게 목표이다.  OLED와 QD는 LCD보다 소비전력이 우수하고 형태(폼팩터)가 자유로워 활용도가 높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글로벌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디스플레이 패러다임 전환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현재 개발중인 QD의 기술적 부분을 보완한 QNED로 디스플레이 초격차를 이루겠다는게 삼성의 목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LCD대신 미래 사업에 힘을 실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이 부회장은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흔들림 없이 도전을 이어가자”며 오는 2025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의 차세대 ‘QD디스플레이’ 양산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직접 QD디스플레이 사업을 챙겨온 이 부회장의 노력으로, 삼성 디스플레이는 올해 QD 디스플레이가 시험 가동을 마치고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LCD 사업이 예상치 못하게 수요가 늘고 생산 중단이 잠정적으로 보류되면서 일각에서는 신사업에 대한 개발과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력 사업에 투입돼야 할 투자비용과 인력도 빠져나갈 수 있다. 삼성 디스플레이가 섣불리 LCD 공급 확정을 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린 LCD 수요가 지속적인 수요는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LCD 사업 연장은 삼성 디스플레이에겐 악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패널에 대해 "가격 상승세는 내년 1분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중국 춘절 등 소비 특수 시즌이 종료되면서 LCD 가격은 2분기부터 하락 반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삼성 디스플레이는 LCD와 별개로 앞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는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QD장비 반입 및 생산능력 확대 등으로 지난해 3조9000억원의 투자도 단행했다. 이 부회장이 옥중 메세지로 투자 확대를 강조한 만큼, 삼성은 앞으로도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 관계자는  “QD디스플레이 생산능력 확대와 중소형 신기술 공정 중심으로 전년 대비 투자를 늘렸다”며 “코로나19 시기에도 투자를 늘린 만큼, 앞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R&D(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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