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큰 그림, '현실'보다 '미래'에 집중한다

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2.14 06:34 ㅣ 수정 : 2021.02.14 06:34

내연기관 차량용 반도체는 마진 낮고 장비 노후화돼/ 미래 모빌리티 차량용 반도체에는 큰그림 그려/이재용 부회장의 인수합병 전략 주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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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내연기관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전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차량 생산 감축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급문제로 인한 반도체 가격도 상승했을 뿐 아니라 미국, 독일, 일본 등 정부가 직접 나서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청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기업 입장에서는 무작정 공급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도 시장 흐름에 예의 주시할 뿐, 이렇다 한 대책을 내놓기에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내연기관 차량용 반도체의 부족과 가격상승이라는 조건에도 삼성전자는 왜 생산 확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일까. 뉴스투데이 취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연기관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가치가 낮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래 전장사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한 전략에 집중하는 게 이재용 부회장의 큰 그림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 "가동률 100%인 파운드리 부문서 차량용 반도체 비중은 적어"

 

삼성전자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삼성 LSI라는 자체  브랜드에서 생산한 반도체 AP(Application Processor)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가 있다.

 

두 번째는 파운드리 부분이다. 이 부분이 현재 품귀현상을 빚고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파운드리 수주량 중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파운드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다. 구체적인 비중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과 관련 파운드리 수주량 증설 여부와 관련해서는 “최근 파운드리 공정 가동률이 100% 전후에 달할 만큼 업계가 호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캐파(생산능력) 대비 파운드리 수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수주를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파운드리 수주량을 늘릴 가능성은) 고객사들이 주문을 얼마나 하느냐, 물량이 어느정도 되느냐에 따라 주문을 받아서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 특성상 가능성에 대해 먼저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고객사의 요청에 따른 반도체 생산 확대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생산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가 파운드리의 주요 사업영역이 아닐뿐더러 생산 대비 마진이 낮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은 마진이 크지 않은 부문이다. 이미 스마트폰, 전자기기 등 마진율도 높고 수요도 높은 시장이 있는데 차량용 반도체를 추가 생산할 이유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생산되는 차량용 반도체 설비는 8인치(200mm) 웨이퍼(반도체 판)을 사용하는데 이는 1992년 처음 등장한 오래된 공정이다. TSMC와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5나노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 업체임을 고려할 때, 8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는 차량용 반도체는 기업 입장에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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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삼성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공정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미래모빌리티 차량용 반도체, 이재용 부회장이 꼽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테슬라와 협업으로 시너지 만들 수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전망이 마냥 어두운 것은 아니다. 향후 전기차 수소차로 미래 모빌리티 사업까지 각광받으면서 덩달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전문가들 역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위한 차량용 반도체 연구개발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차량용 반도체, 선택과 집중으로 기회 창출 필요’ 보고서는 “자동차는 자율주행·파워트레인 전동화·전장부품의 확대로 움직이는 종합 IT 기기로 진화했다”며 “현재 내연기관 차량용 반도체 수는 200~300개이지만, 자율주행차(3단계)에는 2000개 이상의 차량용 반도체가 탑재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용 반도체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글로벌 선도기업에 의해 기술 장벽이 높아지기 이전에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삼성전자가 M&A나 지분투자로 미래 모빌리티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도 삼성의 5대 미래 성장동력으로 시스템 반도체 선정과 함께 전장사업을 꼽으며 신사업 발굴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옥중 메시지 당부와 함께 3년 내 의미있는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고를 한 바 있다. 유력 인수합병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 중 NXP는 차량용 반도체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이미 2016년도부터 M&A 대상으로 수차례 언급돼 왔다.

 

자체적인 반도체 개발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다. 지난달 25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와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 5나노 반도체를 함께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의 만남인 만큼 차량용 반도체를 넘어 기업 간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테슬라와 반도체 협업과 관련) 일론 머스크 CEO가 삼성전자 반도체를 언급한 것으로 안다. 이는 장기적인 부분에서 서로 협력해 나가겠다는 취지다”라며 “어떤 부분에서 협력해 나갈 것인지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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