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의 허를 찌르는 일본 대기업들의 기발한 입사지원서 질문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3월이 되면 대형 취업정보사이트들이 학생들의 입사지원서를 접수하면서 올해 취업활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엔트리시트(エントリーシート)라고 불리는 입사지원서는 3월 중순에 가장 많이 작성되는데 취준생들의 지원이 적은 중견이나 중소기업들은 이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입사경쟁이 심한 대기업들은 서류심사가 필수다보니 입사지원서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일본 대기업들의 입사지원서 내용들을 살펴보면 입사동기, 나의 장단점, 학생시절 에피소드 등과 같이 흔히 예상 가능한 질문들 외에 아무도 생각지 못한 독특한 질문들로 취준생들을 당혹케 하기 때문에 미리 주의가 필요하다.
아사히카세이(旭化成)는 매년 입사지원서에서 학생들에게 특정 단어들을 제시하고 자유로운 작문을 요구한다. ‘다음 9개 단어 중 3개 이상을 사용하여 자유롭게 문장을 작성하십시오. 이야기, 시, 자신의 생각 등 어떤 내용이나 표현방식도 좋습니다. (200자 이내)’
제시되는 9개 단어는 매년 바뀌는데 참고로 작년에 제시된 단어는 과학, 바퀴(輪), 어플리케이션, 도전, 원소(元素), 능(能), 인공(人工), 숲, 레이와(令和)였다. 이를 통해 취준생들의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문장구성력과 상상력, 순발력 등을 테스트한다.
식품회사 카고메(カゴメ)를 포함한 몇몇 기업들은 ‘토마토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토마토를 먹일 수 있을까’와 같은 자사의 주력사업들과 관련된 질문들로 창의력을 시험하는 한편 ‘당신의 노래방 애창곡은 무엇입니까’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취준생들을 당황시킨다.
많은 질문들로 취준생들을 면밀히 평가하려는 기업들과 달리 미츠이물산(三井物産)은 ‘자신의 역사를 2000자로 표현하시오’라는 단 하나의 질문만을 취준생들에게 던진다. 흔한 지원동기도 필요 없이 자신을 얼마나 능숙히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간소하면서 심도 있는 질문이 단연 인상적이다.
도쿄 디즈니랜드의 운영회사 오리엔탈 랜드(オリエンタルランド)는 매년 입사지원서에 ‘당신이 가장 웃음 지을 수 있는 것’을 동영상 30초 이내로 촬영하여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데 취준생들은 디즈니답다며 호감을 가졌다.
완구와 게임으로 유명한 반다이(バンダイ)의 특징을 자필지원서다. 모든 질문은 반드시 종이에 자필로 작성해야 하며 A4용지 한 페이지 분량의 자유기술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온라인 지원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오히려 역발상이 되어버렸다.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유명기업 아지노모토(味の素)는 ‘새로운 사명을 제시하시오’라는 질문으로 취준생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와 인지도를 버리고 새로운 사명을 생각하는 것은 취준생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위와 같이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존재하지만 기업들이 이를 통해 공통적으로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취준생들의 자기분석과 지원동기, 그리고 해당 기업과 업계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다.
그리고 이처럼 일률적이지 않은 질문들을 던지는 기업들에 대한 입사지원이 다음 달이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지금이라도 사전준비를 서두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