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변수?…반도체 꺼내든 美 바이든, 韓 기업들 영향 촉각

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2.26 16:56 ㅣ 수정 : 2021.02.26 16:56

100일간 공급망 검토 뒤 정책 발표 예정 / 美 진출 기업엔 보조금 지급 등 호재 / 中 의존도 높은 기업은 압박 커질 듯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4개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생방송 중 반도체를 들어올리는 모습 [사진=WSJ]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등에 대한 공급망을 재검토하는 긴급조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향후 국내 기업들에게 호재가 될지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생방송에서 직접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며,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날 “21세기 말발굽 못인 이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많은 것을 작동시키고, 자동차뿐 아니라 스마트폰·TV·의료 장비 등 현대 생활의 많은 부분을 가능케 하는 혁신이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우리는 컴퓨터 칩의 부족이 어떻게 자동차 생산 지연을 야기하는지 확인했다”며 반도체 부족이 미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美, 팹리스 1위인데 정작 반도체 수급엔 차질

 

미 행정부는 앞으로 4대 핵심 품목의 공급 구조에 대해 100일간 검토 후 자국 내에서 핵심 품목의 생산을 장려하거나 동맹과 협력하는 방안을 고려할 계획이다.

 

이처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를 콕 집어 강조한 이유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해 완성차 업계 및 자동차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로 인해 생산 지연 및 텍사스 주에 불어닥친 한파 등으로 반도체 수급 차질 발생한 상태다.

 

이로 인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 GM은 미국 내 생산라인 가동을 중지하고 포드,폭스바겐, 혼다 등 기업들도 생산을 감축한 상태다. 테슬라 역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2주간 캘리포니아주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

 

■ 테슬라·GM 등 가동 멈춰…바이든, 긴급 행정명령

 

미국의 경우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측면에서는 점유율 65%로 세계 1위이지만, 생산국으로서는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밀리고 있다. 파운드리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행정명령을 통해 반도체 외부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image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업계에서는 이번 행정명령으로 반도체 기업에게 호재가 되는 부분이 있는 한편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호재라는 의견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을 꾀하는 기업들이 미국 진출에 쉬워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사실상 미국이 반도체 공정을 처음부터 키우는 것은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보조금을 주고 미국 내 공장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미국 내 의회와 정부는 관련 법안에도 적극적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특히 "대중 압박을 위한 초당적 법안을 만들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승인된 대규모 보조금을 이번에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 미국 내 공장 증설하려는 기업엔 호재

 

한 업계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미국 투자를 고려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미국내 적극적인 공급망 마련과 보조금은 미국 내 증설을 한발자국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행정명령이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변수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중무역 갈등 속에서 기업의 ‘눈치보기’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SK하이닉스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2019년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의 46.6%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1~3분기 기준 40.4%로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가별 매출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SK와 마찬가지로 중국 매출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 "미중 갈등 속 눈치보기 더 커질 수도" 우려

 

미국이 이번 행정명령의 일환으로 반도체 공장을 자국 내 증설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중국과의 무역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양국 사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남게됐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을 지적한 만큼 국내 기업에게 차량용 반도체 제작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차량용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이 아니며, 현재 주력하는 전자기기 및 스마트폰 반도체에 비해 마진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익을 축소 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국내 기업 영향과 관련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 상 중국에 대해서 만큼은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을 통한 국내 상품의 우회 수출 기회가 감소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해외 공급망으로부터 미국 수출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사전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