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오늘 소개할 광고는 내용과 형식에 있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산악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시리즈 광고다.
히말라야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일상을 배경으로 찍은 블랙야크 광고다. 그래서 제목도 대놓고 블랙야크와 다큐멘터리의 합성어인 “야크멘터리”다.
광고라기 보다는 히말라야에서 찍은 자연 다큐멘터리에 가깝기 때문에 “야크멘터리”는 제목은 이 광고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모든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메인 시즌인 겨울용 다운재킷 광고를 눈 덮인 설산과 눈보라를 배경으로 찍는다. 그러나 어느 산인지 정체를 알 수 없다.
반면 블랙야크의 광고는 히말라야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찍을 수도 없고 찍어서도 안 된다. 또한 다른 아웃도어 광고에서 보여지는 산들은 어떤 산인지 굳이 밝힐 필요가 없지만 블랙야크의 경우 히말라야라는 실명을 밝혀야만 한다.
브랜드 컨셉이 “히말라얀 오리지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설산의 이미지와 상징만을 차용하는 광고와 실제 히말라야에서 찍는 광고는 차원이 다르며 야크멘터리를 광고가 아닌 한편의 산악 다큐멘터리로 표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고와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차이는 진정성의 차이,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의 것과 인위적인 것의 차이라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광고는 촬영의 모든 조건을 통제하에 두고 찍는 것이 원칙이다. 이 점은 아웃도어 광고 촬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블랙야크를 제외한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꼭 어떤 산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냥 산이면 된다. 눈이 덮여 있고 눈보라가 날리면 된다. 그림이 멋진 이산 저 산을 조합해도 상관없다. 심지어는 CG로 합성하고 눈을 심어 계절을 바꿔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블랙야크는 그럴 수 없다. 다른 산의 이미지를 합성할 수도, CG로 가공할 수도 없다. “히말라얀 오리지널”이라는 히말라야의 꼬리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건 안나푸르나건 무조건 히말라야에서 찍어야 하고, 또한 산이 보여주는 모습 그대로를 찍어야 한다.
블랙야크의 산악 다큐멘터리 같은 광고는 2014년을 마지막으로 히말라야를 떠났다. 막대한 제작기간과 비용, 열악한 촬영 조건, 모델과 스탭들의 안전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광고들을 보면서 히말라야를 떠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남는다. 아웃도어 브랜드에 있어 알피니즘의 메카인 히말라야를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 가지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다.
국내에서의 경쟁에서는 물론이고 우리보다 알피니즘의 역사가 깊은 유럽의 수준 높은 아웃도어 브랜드와 경쟁함에 있어서도 알프스의 두 배 높이를 가진 히말라야는 블랙야크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마음의 고향 같은 히말라야의 장엄하고 멋진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같은 광고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 광고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