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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 칼럼

조용하지만 거대한 권력, 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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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1.03.08 10:22 ㅣ 수정 : 2021.03.08 10:32

평판은 새로운 신용등급, 좋은 평판이 부(富)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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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문성후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우리나라 중년남들이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는 무엇일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다. 노래 속에서 묻어나듯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각자 자신의 길을 가며 다른 사람이 모라든 개의치 않아 왔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이제 ‘평판사회’가 되었다. 직접 접촉하기 꺼려지고, 없는 돈을 쏟아부으며 검증하기도 어려운 ‘불황 언택트’ 시대에 평판은 유일한 확인 방법이 되어 가고 있다. 

 

평판은 단순히 평가와 판단이 아니다. 평판은 ‘사회적 기억으로 축적된 매력’이다. 매력이 플러스면 평판이 좋은 것이고, 매력이 마이너스면, 즉 비호감이면 평판이 나쁜 것이다. 평판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브랜드처럼 시장에 내어놓아서 반응을 보고 접을 수도 없다. 일단 평판은 시간을 두고 쌓이면 총체적으로 사람들 머릿속에 기억되어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 

 

원래 평판이란 멈춰있는 단어이다. 그런데 여기에 좋다 나쁘다가 붙는 순간 평판은 움직이는 단어가 된다. 평판에 따라 사람이든, 기업이든 옳으냐 그르냐의 표식이 붙게 된다. 평판이 좋으면 사람도, 기업도 옳을 확률이 높아지고, 평판이 나쁘면 사실과 관계없이 그 대상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계나 관계에서 인물을 중용할 때 ‘세평(世評)’ 즉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평판을 점검하는 것도 단순히 평판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그 인물의 됨됨이에 대한 크로스체크 성격이 강하다. 평판이 좋으면 문제가 없고, 그러면 쓸만한 사람이 된다. 평판이 나쁘면 그 평판의 진위 여부를 살펴보며 한번 더 그 사람을 따져보게 된다. 

 

대단한 사람들만 평판을 조회하지 않는다. 일반 샐러리맨들도 회사 하나 옮길 때마다 평판이 검증된다. 이직 때마다 평판을 조회해주고, 이를 기업에 제공하여 사전에 임직원의 채용 리스크를 줄여주는 회사도 있다. 그래서 평판은 남이 써주는 이력서라고 한다. 아예 사회 출발 전부터 평판이 발목을 잡는 일도 있다.

 

한 공무원 합격자가 SNS에 올렸던 글 때문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사실확인을 한 후 채용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래서 취준생들에게 필자의 첫 번째 조언은 입사를 하고 싶다면, 자신의 SNS부터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라는 것이다. 어느새 자신이 저질러 놓은 자신의 디지털 평판이 그대로 부메랑으로 돌아와 미래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뿐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 평판이 좋으면 그 회사는 차별화되고 선호도가 높아져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유리해진다. 평판 측면에서 보면 경영이란 결국 기업의 긍정적 매력을 만드는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은 더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의 산물로 ‘공유경제’, ‘구독경제’, ‘배달경제’를 많이 든다. 대면도 없이 판매하고 구매하고 구매와 판매를 유지하는 시스템들이다. 이를 활성화한 플랫폼 기업들이 ‘아마존’, ‘쿠팡’, ‘배달의 민족’ 등이다. 이 플랫폼들 속에서 오가는 별점과 후기가 바로 평판이다.

 

그런데 단순히 고객들에게 상호 정보를 공유하여, 보다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평판이 순기능을 넘어 선게 문제다. 최근 2만원 선행을 보였던 치킨집처럼 평판이 좋아지면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자는 소비패턴)’이 난다. 하지만 별점 1개가 되거나, 후기가 악평 일색이면 매출이 급감한다. 별점 테러, 혹은 평점 테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젠 소비자들의 별점, 평점, 후기는 권력이 되었다.

 

그나마 후기가 사실이라면 다행이다. 어떤 후기들은 가짜뉴스가 되어 정보를 왜곡하고 경쟁업체를 문닫게 한다. 별점과 평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댓글 알바를 써서 가짜 리뷰를 달아주는 회사도 성업중이고, 악의적으로 올린 악평 때문에 망할 뻔한 회사도 있다. 평판은 이렇게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오가며 새로운 권력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8일 금융위원회는 소비자 평판 등 빅데이터를 파악하여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는 ‘플랫폼 금융’ 활성화계획을 발표하였다. 필자가 ‘부를 부르는 평판’에서 말했듯 평판은 새로운 ‘신용등급’이 되었다. 

 

평판 사회 생존법은 무엇일까? 워렌 버핏은 ‘평판을 쌓는데는 20년, 무너지는 데는 5분’이라고 말하며 ‘평판을 알고 행동한다면 당신은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늘 자신의 평판을 의식하고 모니터하고 말하며 행동해야 한다. 스스로 평판을 해치는 언행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자신의 평판이 훼손되었다면 당연히 근원을 해결하거나, 상황에 대해 대응하여야 한다. 평판은 그대로 두면 스스로 태어나 마음대로 자라나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가짜 평판’을 걸러내주어야 한다. 아마존 소비자들은 수백개의 입점 매장들에 대해서 별점 평가를 할 수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그 중 가짜 평가를 찾아낸다. 만약 그 가짜 평가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그 매장을 폐쇄한다, 별점이 너무 적으면 평가가 왜곡되지 않도록 자체 조사를 실시한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이 정당한 소비를 할 수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소비자 주권’을 확보하여 주고 있다.

 

인도 격언에 ‘당신의 평판은 넘치든 모자라든 당신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 평판이 꼭 옳지는 않다. 오히려 틀릴 때도 많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평판은 권력으로 커가고 있다. 평판을 소홀히 대하면 평판도 당신을 소홀히 여긴다. 당신의 평판을 당신이 챙겨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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