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 이헌욱 사장(上) "이재명 지사의 기본 주택은 경부고속도로 같은 인프라 혁명"
이헌욱(53)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핵심 브레인이다. 서울 공대를 나온 변호사 출신이다.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 중의 하나인 ‘기본주택’을 이론적으로 설계했고, 이제 실천을 앞에 두고 있다. 이 지사에게 기본주택은 득표전략이 아니다.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제 3의 인프라’이다. 이헌욱 사장은 지난 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GH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주택에 담긴 발상의 전환, 건설 및 운용계획, 실천을 위해 정비돼야 할 법률적 과제, 기본주택의 방대한 문제해결 능력 등에 대해 세밀한 구상을 밝혔다. 그 내용을 3회에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인터뷰 이태희 편집인 / 정리 박혜원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시리즈 중에서 한국인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이슈는 '기본주택'이다. 기본적인 삶을 구성하는 의식주 중에서 주거 문제가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출현했을 정도이다. 눈만 뜨면 하루가 다르게 주택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집투기를 하지 못한 사람은 갑자기 거지신세가 됐다는 뜻이다. 한국정치의 최대과제가 일자리 창출과 주택문제 해결이라는 점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이헌욱 GH사장은 인터뷰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서만 고질적인 주택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은 재산증식을 위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라는 '혁명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계 각국 정부 하에서 전기, 수도, 고속도로 등이 공공인프라로 제공되고 있듯이, 이제 주택은 무주택자들에게 '제3의 인프라'로 공급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사장은 이해를 돕기 위해 기본주택을 ‘경부 고속도로’에 비유했다. 그는 “국가기간 교통망 역할을 하는 경부 고속도로 역시 애초 이윤을 추구하려 개설되지 않았다”며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목표로 한 국가의 투자가 바로 인프라”라고 말했다.
■ “무주택자라면, 누구라도 평생 살 수 있어” /5종류 평형으로 다양한 니즈 충족시켜/임대료와 보증금은 시장가격의 10% 미만 수준
따라서 기본주택은 저소득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가 아니다. 엄격한 소득 및 재산 기준을 적용해서 입주자를 선별하는 기존 공공임대주택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적정 임대료를 내고 기본주택에 평생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소유'가 아니라 '거주'의 대상이다. 이 사장은 “장기 거주 여부가 불확실한 민간의 월세·전세와 다르게 거주자가 나가지 않는 이상 절대 내쫓기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기본주택은 장기임대형과 분양형으로 나뉘지만 장기임대형에 역점을 두고 있다.
GH가 설계한 장기임대형 기본주택 입주 비용은 획기적이다. 청년층, 신혼부부, 노인층 등 주택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다양한 계층들의 경제적 부담을 큰 폭으로 줄여준다. 보증금과 임대료를 합친 금액이 시장가격보다 현저하게 낮다.
장기임대형의 평형은 5종류이다. 각각 1·2·3·4·5인 가구 기준으로 설계됐다. 이들의 예상 임대료와 보증금은 ▲전용면적 26㎡(공급면적 13평) 28만 3000원, 1415만원 ▲전용면적 44㎡(공급면적 20평) 39만 7000원, 1985만원 ▲전용면적 59㎡(공급면적 25평) 48만 5000원, 4850만원 ▲전용면적 74㎡(공급면적 30평) 57만 3000원, 5730만원▲전용면적 84㎡(공급면적 34평) 63만 4000원, 6430만원 등이다.
이 사장은 "저소득자뿐만 아니라 고소득자와 중산층도 입주해서 살 수 있도록 평형을 다양화하고 품질을 일반 아파트 수준으로 높이려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기본주택은 가계부채를 공공부채로 이전하는 시스템/ '가계부채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고 투기 수요도 무력화
이런 구상에 대해 "저소득층이 아닌 계층의 주거문제까지 정부가 앞장 서서 해결해줄 필요가 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사장은 단호하게 재반박을 했다. “오늘날 부동산 시장은 투자에 뜻이 없는 사람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서 집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러한 부동산 매입 광풍으로 인한 가계 부채 폭등을 완화하는 게 근본적 취지"라고 밝혔다. "기본주택 구상은 '가계부채' 해소에 대한 고민에서 구상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장하면서 "나라 곳간은 여유가 있는데 가계살림은 쪼들리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가계부채를 출이는 게 국민 행복지수를 높이고 국가경제 활력을 북돋우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기본주택은 이러한 발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사장은 "많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 사람은 집값이 오르면 누군가에게 팔고, 그 누구인가는 더 많은 빚을 내야 한다"면서 "현행 부동산 투자 혹은 투기상황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계 빛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본주택을 인프라로 제공하게 되면, 빛 내서 집을 살 수밖에 없는 '부채의 악순환' 구조는 해소된다. 이 사장은 "투기가 목적인 사람들이 대출받아서 집을 사는 것도 말릴 필요가 없다"면서 "기본주택을 제공해 보통사람들이 집걱정 하지 않하도록 만들어준다면 투기수요는 자연스럽게 위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혼부부가 낮은 비용으로 기본주택에 충분한 기간동안 거주하면서 저축한 돈으로 가격이 정상화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게 이 사장이 꿈꾸는 미래이다. 물론 더 이상 집값이 폭등하지 않아서 저축한 돈으로 집을 사지 않고 금융자산 등에 투자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 된다.
■'실현 가능성' 떨어진다고? ... 신용 높은 정부가 자금 조달, 적정 임대료 받으면 '원금 보전' 가능
정치적 이념이 아무리 달라도 이 같은 기본주택의 취지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취지를 반대한다면 '나쁜 사람'이다. 기본주택의 취약점은 '실현 가능성'에 있다. "그렇게 좋은 걸 왜 여태 못했느냐. 불가능하니까 못한 것이다"식의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기본주택 '건설자금 조달' 및 '자금회수'의 불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도 이 사장은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정부가 가장 잘하는 게 자금 조달"이라면서 "정부가 연 1%로 미만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장기로 빌려주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AA등급인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감안할 때, 정부가 국내외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기본주택은 공공사업자, 장기임대비축리츠, 주택도시기금 간의 협력을 통해 가계부채를 ‘공공부채’로 이전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우선 공공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단지를 3기 신도시 핵심 요지에 건설한 뒤, 중앙·지방정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GH 등이 출자하는 장기임대비축리츠에 이를 매각한다. 이후 LH가 다시 마스터리스(책임임차)하여 기본주택을 임대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주택단지 매입비용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다.
자금회수 문제도 적정 임대료 책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사장은 "적자가 나는 사업은 오래 가지 못한다"면서 "기존의 공공임대아파트보다는 높고 시장의 일반 아파트보다는 훨씬 낮은 임대료를 책정하면 원금을 보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업인 만큼 이윤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LH도 리츠에 원가에 준하는 가격으로 아파트를 팔고, 리츠도 LH에 매각금액의 1% 수준으로만 임대료를 받을 계획”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주택은 기본소득과 같은 ‘무상 복지’와도 다르다. 임대료 형식으로 투자금을 상당 부분 회수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국가의 강력한 자금 조달 능력을 동원해 저렴한 월세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 “기본주택, ‘가계부채’ 절감 고민에서 시작돼”
Q: 기본주택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달라.
A: 가계 부채를 줄일 방안을 고민했다. 대한민국 민생에 가장 큰 어려움을 주는 문제가 바로 ‘빚내서 집 사는 것’이다. 이것은 언젠가 가격을 크게 올려서 남에게 팔겠다는 게 전제이다. 그러면 오른 가격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더 많은 빚을 진다. 장기적으로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이다. 결과적으로 소비도 못 하고 출산도 하지 않으면서 국가 경제가 위축된다.
굳이 집으로 투자하길 원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주거 안정을 보장해줘야 한다. 공공이 나서서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의 장기임대주택 공급 방식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첫째로 적자가 나서 사업적으로 오래 가지 못한다. 둘째로 저소득층만 대상으로 해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진다. 지금의 공공임대는 들어왔다가도 살다가 소득 기준을 넘기면 나가야 한다. 돈을 많이 벌면 주거 안정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두 가지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게 기본주택이다.
■" 핵심 요지에 짓는 게 이재명 지사의 주문사항"
Q. 통상 임대주택에는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붙일 수 없다. 일반 아파트 소유자들의 반대 때문이다. 기본 주택이 계층 간 장벽을 넘어설 수 있겠는가.
A. 겉으로 보기에 고소득층인지 저소득층인지 모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적으로 지속가능하며, 지역 주민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기본주택 공급을 신도시 핵심 요지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피시설이 아닌 선호시설로 만들겠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주문을 했다. 주거 공급을 하려면 핵심 요지에 하라는 것이다. 여러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첨예한 내부 논의를 거쳐 기본주택 모델을 구상했다.
■ “장기임대비축리츠 조성해 가계부채를 공공부채로 이전”, "장기적으론 장기임대주택 매입공사 설립이 바람직"
Q. 구체적으로 어떤 난제를 해결했나.
A. 임대주택을 계속 운영하면 감가상각이 발생한다. 누적되는 적자를 누구에게 전가하느냐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임차인에게 부담하는 대신, 장기임대비축리츠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관리하자는 대안을 마련했다.
Q. 그렇다면 감가상각에 따른 리츠의 손실은 어떻게 하나.
A. 핵심 요지에 짓기 때문에 보존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전용 리츠를 하고, 추후 정부에게 본격적으로 나서면 장기임대매입공사를 만들어 기본주택을 살 것이다.
Q. 사업에 참여하는 공공사업자, 장기임대비축리츠, 주택도시기금 각각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가.
A. 우선 LH나 GH가 공공사업자로 나서,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임대형 기본주택을 짓는다. 이를 장기임대비축리츠에 매각한 뒤, 마스터리스(책임임차)한다. 임대 아파트로 운영하는 것이다. 월세만 받고 계속 관리하는 것이다. 임대료는 매각금액의 1%로만 책정한다.
리츠에 팔 때도 5%의 수수료만 원가에 더해 받을 것이다. 핵심 요지인 만큼 20~30%의 이익이 붙을 수 있지만 상당 부분 포기하는 것이다.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파는 것이다. 싸게 산 리츠도 이익을 포기하고 싸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정부가 출자한 주택도시기금은 비축리츠에 출자하고 사업비를 저리로 융자해준다. 그래야 임대주택을 보유한 비축리츠가 부담 가능한 수준의 임대료(월세)를 책정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비축리츠가 장기임대주택 매입비용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차입하돼,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출자한 장기임대주택 매입공사를 설립하는 게 좋다. 매입공사가 공사채를 발행해 장기임대주택 비축재원으로 활용하면 된다.
Q. 기본주택으로 가계부채를 공공부채로 이전한다는 개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A. 지금은 공기업에서 토지를 조성해 집을 짓고, 분양하면 개인이 산다. 담보대출을 대규모로 끼고 산다. 분양사업은 지속할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이다.
반면 장기임대는 개인에게 빚을 지우지 않는다. 우리(공공사업자)가 가지고 있다가 리츠에 판다. 매입공사는 그걸 다시 사기 위해 자체적으로 부채를 늘린다. 공기업 부채가 늘어나면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가계 부채는 사라진다. 장기임대에 살면 원금 없이 임대료만 내면 된다. 가계 부채 이자와 비교했을 때 훨씬 저렴하다. 이자 정도도 안 되는 돈을 차액으로 내면 된다.
■ “집 때문에 아픈 사람 없게 하는 건 국가의 의무, 인프라 관점에서 국가가 공급해야”
Q. 현금지급을 골자로 하는 복지는 ‘회수 불가능성’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장기임대주택은 임대료를 받기 때문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생산적 복지’로 평가하면 되나.
A. 그렇다. 더 간명하게는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리츠가 받는 임대료는,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예컨대 정부가 도로를 개설할 때 15조원 정도를 쓴다. 그런데 이런 사회 인프라를 조성하며 돈을 벌 생각은 안 하지 않나. 투자의 개념이다. 집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 없게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 “분양형 뛰어넘는 고품질로, 기존 임대주택의 ‘낙인효과’ 극복”
Q.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에 만연한 ‘낙인 효과’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A. 임차인들에게 세를 받으면, 리스료 상환에도 쓰이지만 그중의 40%는 유지보수비로 책정했다.
기본주택은 분양형을 뛰어넘는 고품질로 관리할 것이다. 세 사는 사람도 집을 가진 사람보다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살게 해 집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 기존에 집 있는 사람들이 집 팔고 들어온다고 해도 받아주는 식으로 순환되게 하는 게 목표이다.
■ “정부가 가장 잘하는 게 자금조달, 재원은 정부가 조달 가능”
Q. 이를 실현할 자금은 어디서 충당하나.
A. 정부가 신용어음을 저리로 전달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가장 잘하는 게 자금조달이지 않나.(국제 신용평가가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우리나라에 세 번째로 높은 신용등급인 AA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가 연 1% 미만으로 자금을 단기 조달할 수 있다. 이를 장기로 빌려주면 된다.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Q.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 정부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한 게 잘못이었다고 고백한 적 있다. 기본주택 반대론자들도 나중에 그렇게 될 것으로 보나.
A. 그렇다. 기본주택이 전국단위로 실현될 경우 세계적인 표준이 될 것이다. 주택가격의 90%까지 대출해주는 미국의 모기지론도 주택구입을 돕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주택담보대출과 유사하다. 기본주택은 주택매입을 돕는게 아니다. 주택 매입을 하지 않고도 주택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혁신적 제도이다.
과거 수도나 전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수도 등이 사회적 인프라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도를 인프라로 깔아서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삶의 질은 높아지고 국가경제 활력도 높아지게 됐다. 기본주택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주택은 개인이 해결할 문제라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지만,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기본주택을 제공해서 주택난과 가계부채를 해결하면 한국사회 전체가 경제적으로 유리해진다. 국가경제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