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굿잡코리아 포럼 (18)] 민병두의 금융산업 ‘화이트 라벨’론과 조성준의 ‘신직업론’ 주목 돼

최병춘 기자 입력 : 2021.03.13 07:25 ㅣ 수정 : 2021.03.13 07:25

민병두 원장, “금융사 브랜드 파워 퇴색하고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 커”/ 조성준 교수, “디지털 혁명 관련 일자리는 이미 넘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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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대표 강남욱)가 11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호텔 6층  Studio123에서 ‘바이드노믹스와 디지털금융혁명이 만들어 낼 일자리 지도 변화’를 주제로 개최한 '굿잡코리아 포럼 2021'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민병두 보험연수원 원장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11일 열린 ‘굿잡코리아 포럼 2021’에서 디지털금융혁명이 고도화될 경우 시중은행 및 카드사 등과 같은 기존 금융기업들의 금융상품이 고유의 브랜드 파워를 상실한 빅테크와 핀테크 등 금융플랫폼 기업의 서비스에 종속화되는 ‘화이트 라벨(rebranded product)’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렇게 될 경우 시중은행의 영업지점 감축과 이로 인한 은행원 감축은 더욱 가속화됨으로써 실업자가 된 은행원의 재교육 및 재취업이 사회적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 전 산업에 걸쳐서 디지털 혁명이 경쟁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이미 ‘신 직업군’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히려 신 직업을 수행할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시스템 정립이 절박한 과제가 됐다는 비판도 눈길을 모았다.

 

뉴스투데이(대표 강남욱)가 11일 오전 9시부터 여의도 콘래드 서울호텔 6층 Studio123에서 '바이드노믹스와 디지털금융혁명이 만들어 낼 일자리 지도 변화'를 주제로 개최한 2021 굿잡 코리아 포럼에서 민병두 보험연수원 원장,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이 같이 주장했다. 

 

■ 민병두 원장, “금융기업 ‘화이트 라벨’ 가능성은 대학의 교육혁명 필요성을 드러내” 

 

민병두 원장은 이날 ‘4차산업혁명과 대의정치의 역할 대전환’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최근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지난 10년간 많은 정부들은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어왔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일자리들은 소멸되고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는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금융업만 해도 은행의 비대면 영업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지점 폐쇄는 불가피한 추세로 굳어졌고, 금융노조의 최대 현안은 지점 폐쇄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됐다”고 밝혔다.

 

민 원장은 “올해부터 금융 마이데이산업이 본격화될 경우 금융회사 간 구별이 잘 안되는 ‘화이트 레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같은 금융서비스 플랫폼 속에서 서로 다른 금융사들은 과거와 같은 브랜드 차별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유력 언론사들이 이미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에서 검색되는 무수한 기사 제공자 중의 하나로 전락한 결과 유사한 현상이 금융권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현재 포털이 지배하는 언론유통 방식에서 기사의 주인, 즉 기사 작성 언론사가 소비자들에 의해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과 같은 언론매체의 기사가 네이버 등에서 검색 베이스로 소비되면서, 독자들은 언론매체를 차별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존 금융사들의 예금, 대출,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들은 본래의 브랜드 파워을 상실한 채 빅테크 등이 개인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무수한 상품 중의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 원장은 “금융 마이데이터산업이 활성화되면 금융회사 간 구별이 잘 안될 것”이라면서 “이처럼 개별 금융사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약화되면 지점 등과 같은 창구 직원의 수요는 더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기존 금융사의 일자리가 줄여드는 것은 필연적 추세이고 빅테크와 같은 신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는 전망이다.

 

민 원장은 소멸되는 일자리 종사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교육혁명’을 통해서 인재를 양성해야 함에도 불구 현행 교육체제는 과거의 틀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수도권 대학들은 정원 규제에 묶여 있지만 美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의 전자공학과 정원은 750명에 달한다”면서 “중국도 인공지능(AI)인재가 필요하다면 전세계에서 인재 100만명이라도 모아서 교육시키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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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대표 강남욱)가 11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호텔 6층  Studio123에서 ‘바이드노믹스와 디지털금융혁명이 만들어 낼 일자리 지도 변화’를 주제로 개최한 '굿잡코리아 포럼 2021'에서 주제발표를 하는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사진=뉴스투데이]

 

■ 조성준 교수, “디지털 혁명 기획자, ICT 활용가 등 신직업은 넘쳐나지만 교육 시스템은 부족”  

 

제2주제인 ‘디지털금융혁명과 일자리지도 변화’에 대해 발표한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카카오뱅크에 가입해 모바일로 대출신청을 하면 공인인증서도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영업시간이 따로 없이 24시간 내내 가능하다”면서 “이러한 디지털 혁명은 테슬라가 쇼룸을 운영하지만 구매는 온라인 상으로만 가능하게 한 데서도 발견된다”고 말했다.

 

조성준 교수는 “따라서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일자리는 이미 넘쳐나고 있다”면서 “일자리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일자리를 채우자고 주장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AI와 빅데이터 분야만 해도 ICT 기술자, 디지털 기술기반 사업자, 디지털 혁명 기획자 등의 신직업들이 이미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과거의 아날로그 상품을 디지털화하는 아이디어를 주도하는 직업인 디지털 혁명 기획자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 직업은 코딩을 몰라도 가능하다. 금융, 유통, 공공부문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는 통찰력을 발휘하면 된다. 

 

조 교수는 “예컨대 현행 ‘정부24’는 주민등록등·초본을 온라인상에서 출력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인데 이는 ‘디지털 혁명’이 아니라 ‘디지털 번역(translation)’에 불과하다”면서 “주민등록등·초본은 온라인상에 이미 존재하므로 등·초본이 필요한 정부기관이 나의 허가를 받아서 등·초본을 보유한 정부기관으로부터 등·초본을 가져다 쓰는게 디지털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개인이 등·초본을 출력해서 정부기관에 제출하는 것은 ‘한심한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디지털 혁명을 이뤄내야 할 분야는 무궁무진하고, 그 주역을 담당하는 신직업이 디지털 혁명 기획자인 것이다. 기획자가 디지털화 방안을 제시하면 코딩 전문가가 기술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조 교수는 유사한 신직업으로 ‘ICT 활용가’를 꼽았다. 그는 “ICT 기술자는 무엇을 디지털화해야 할 지에 대한 전문성이나 지식이 없다”면서 “유통, 금융, 미디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엇을 디지털화 할 지에 대한 통찰력은 현업 종사자들이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한국은 1970년대에 만들어진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에 묶여 있지만 이는 황당한 관료주의”라면서 “수도권 대학에 ICT전공 정원을 획기적으로 증원하고, 디지털 혁명 기획자, ICT 활용가 등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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