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아이템 확률이나 공개하라"...게임 업계 ‘연봉 파티’에 유저들 극분노

이지민 기자 입력 : 2021.03.12 18:36 ㅣ 수정 : 2021.03.15 15:58

넥슨 필두 NC·넷마블·크래프톤·웹젠까지 연봉 줄인상 / 유저들 "사기 떨어져 이제 게임 하고 싶은 마음 안든다" / 게임학회장 "어려움 겪는 국민 배려가 선행돼야"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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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넥슨을 시작으로 줄줄이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아이템 확률은 꽉 쥐고 공개하지 않으면서 돈만 받아 가더니 연봉 인상? 우리 돈으로 하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생각이 든다.”

 

게임사들이 ‘연봉 인상’ 경쟁에 돌입하자 유저들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사안부터 해결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씨소프트(NC)와 넷마블, 넥슨 등 대형 게임사들뿐 아니라 중소 게임사들까지 잇달아 직원 연봉 인상을 선언하고 있다.

 

연봉 인상 레이스에 신호탄을 쏜 곳은 넥슨이다. 넥슨은 지난달 1일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일괄 인상했다.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의 신입 사원 초봉도 각각 5000만원, 4500만원까지 올렸다. 

 

넥슨이 연봉 인상을 선언하자 그 뒤를 이어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 등도 부랴부랴 직원 연봉을 800만원 올리기로 했다. 배틀 그라운드로 이름을 알린 크래프톤도 지난달 말 개발자 초봉 6000만원과 재직 개발자 연봉 일괄 2000만원 인상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중견 게임사 웹젠도 지난 9일 임직원 연봉 1인 평균 2000만원 인상을 발표했다.

 

11일에는 게임업계 1위 NC까지 직원 연봉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신입 사원 최소 연봉은 개발직 5500만원, 비개발직 4700만원으로 책정하고 전 직원 연봉은 개발직 1300만원 이상, 비개발직 1000만원 이상 올린다. 

 

이외에도 스마일게이트, 조이시티, 베스파, 네오위즈 등도 앞다퉈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 연일 논란인 아이템 확률 문제...넥슨이 공개한 아이템 당첨 확률은 0%?

 

열린 문화와 좋은 복지로 유명한 게임사들이 연봉까지 대폭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통을 터뜨리는 유저들이 나온다.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때문이다. 

 

아이템 확률 문제는 넥슨의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로부터 비롯됐다. 넥슨은 얼마 전 메이플스토리 내 ‘환생의 불꽃’이라는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했다. 그 과정에서 넥슨은 ‘무작위이던 아이템 확보 확률을 모두 같은 확률로 변경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아이템 뽑기가 같은 확률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던 유저들은 속았다는 배신감에 분노했고, 이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넥슨은 지난 5일 서비스하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최초로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지난 10일 넥슨이 유료 아이템 확률 정보를 공개한 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애게 가장 인기가 좋은 두 가지 옵션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0%였던 것이다. 규칙대로라면 잠재 능력 옵션을 세개까지 설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넥슨이 공개한 정부에 따르면 해당 옵션은 두개까지만 선택 가능하다. 사실상 유저들이 원하는 최고 등급을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다. 넥슨은 이에 대해 “너무 강한 아이템이 나와 게임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게임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사의 주된 수익원인만큼 아이템 확률은 소수 게임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 중이기에 아이템 확률 문제는 게임 업계 전반에 걸쳐 있다. 이에 확률 논란은 점점 확산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대형 게임사인 NC의 인기 게임 ‘리니지’ 시리즈 역시 확률과 관련해 잡음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 커지는 유저들의 분노...“우리 돈으로 연봉 올리냐”

 

유저들은 고질적인 문제를 덮어둔 채 연봉 인상 소식만 쏟아내는 게임사에 분노하고 있다.

 

3년 전부터 메이플 스토리를 시작했다는 A씨(29세, 여)는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0%라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아 실망”이라며 “사기가 떨어져 이제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리니지2M 이용자 B씨(30세, 남)는 “NC의 연봉 인상 소식을 듣자마자 ‘아, 또 내가 뽑기에 건 돈으로 연봉 올리겠구나’ 싶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유저들에게 랜덤 뽑기를 시킨 돈을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게임을 제공하는 회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게임학회장 “유저들 주장 사실...어려운 국민 도울 방안 강구할 때”

 

이번 논란에 대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유저들에게 아이템을 더 팔아서 직원들 연봉을 올려주냐는 과격한 반응이 많은데 냉정하게 바라보면 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며 그 수익으로 회사가 ‘연봉 파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유저들의 지적에 동의를 표한 답변으로 보인다. 

 

위정현 회장은 “게임 업계는 연봉 인상 행렬에 참여하기에 앞서 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수혜 산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연히 개발자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연봉을 인상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유저들의 시선에서 게임사의 연봉 인상을 바라보면 사실상 ‘축제 분위기’”라며 “코로나19 사태 속 업계 차원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연봉을 인상하는 것은 좋지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배려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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