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 이헌욱 사장(下) “기본주택은 투기와의 전쟁, 저출산 원인도 해결"
이헌욱(53)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핵심 브레인이다. 서울 공대를 나온 변호사 출신이다.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 중의 하나인 ‘기본주택’을 이론적으로 설계했고, 이제 실천을 앞에 두고 있다. 이 지사에게 기본주택은 득표전략이 아니다.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제 3의 인프라’이다. 이헌욱 사장은 지난 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GH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주택에 담긴 발상의 전환, 건설 및 운용계획, 실천을 위해 정비돼야 할 법률적 과제, 기본주택의 방대한 문제해결 능력 등에 대해 세밀한 구상을 밝혔다. 그 내용을 3회에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인터뷰 이태희 편집인 / 정리 박혜원 기자] 흔히 주거문제는 ‘불안’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거론된다.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은 한 인간의 장기적인 생애계획 수립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계획이 불가능해지면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기 마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37개 회원국중 합계출산율이 1 미만인 국가는 한국뿐이다.
기본주택이 주거불안을 획기적으로 해소한다면, 저출산이라는 한국사회의 최대 난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헌욱 사장의 기본주택 비전에 담긴 또 다른 문제의식이다.
이 사장은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고 주장했다. 부채가 많은 가계일수록, 그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가계일수록 출산을 꺼린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평생 살 수 있는 획기적인 주거안정을 제공해야 저출산 현상을 해결할 실마리도 보인다"는 주장이다.
■기본주택의 또 다른 적은 학습된 '투기효과'
이를 실현하려면 인식 개선 차원의 과제 하나를 해결해야 한다. 바로 자산증식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대주택 입주를 경계하는 비판적 여론과의 싸움이다.
오늘날 심각한 부동산 가격 폭등은 역설적으로 기본주택 정책 추진의 난점이 된다. 한국인에게 학습된 '투기 효과'의 '부작용'이다. 일부는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분양주택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평생 흙수저로 살라는 거냐”는 날선 여론도 적지않다.
이와 관련, 이 사장은 “국가가 투기를 장려할 수는 없다”며 기본주택의 취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집을 사지 말라는 게 아니다, 살 사람은 사라”며 “기본주택은 집을 살 형편이 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매매에 대한 수요를 인정하되, 시장과열로 인한 피해자가 없도록 기본적인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분양을 저렴하게 하긴 어렵지만, 월세는 가능하다”며 “강력한 자금 조달 능력을 동원한다면 월세 사업자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국가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 “저출산 핵심 원인인 주거불안 확실히 해소된다”
Q. 우리나라는 현재 저출산과 비혼, 만혼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한 국가이다. 해결책이 제대로 나오고 있지 않다. 가장 큰 원인으로 주거 문제가 꼽히는 상황인데, 기본주택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보는가?
A. 저출산 해소 효과는 확실할 것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있다. 주거안정을 보장하면 대부분의 불안이 사라진다. 통계적으로도 가계부채가 늘어날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90세까지 보장하는 획기적 주거안정을 제공해야 한다.
Q. 기본주택 임대기간은 30년으로 알려져 있는데 90세까지 살 수 있나.
A. 사업 운영 과정에서 조정이 필요할 수 있기에 그 기준을 30년으로 잡은 것이다. 운영하다 보면 적자가 날 수도 있다. 사업 재구조화를 통한 임대료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적으로 정해진 임대료 인상률 제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앞서 말했듯 기본주택은 사회 인프라 개념이기 때문에 평생 거주를 보장한다.
■ “좋은 집을 빌려준다고, 좋은 집을 사지 말라는 게 아냐 ”
Q. 임대주택은 투기유발 부작용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주택은 자산으로서 가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임대주택 관련 보수적 여론 중에선, “평생 집도 없이 흙수저로 살라는 거냐?”는 반응도 있다. 요컨대 “그렇게 좋으면 대통령부터 들어가라”는 것이다.
A.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는 게 취지이다. 기본주택은 좋은 집을 빌려주는 것이며, 이것이 결코 좋은 집을 사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다만 집은 한정된 재화다. 여러 채 가지고 있으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반면 세상에는 집을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겠다. ‘자산 증식’과 ‘내 집 마련’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수는 없다. 주거안정과 투기근절을 통한 내 집 마련 보장은 국가의 의무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산증식을 국가가 책임지고 장려할 필요는 없다.
■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월세로 제공하면 투기 수요 꺾여"
Q. 그렇다면 기본주택은 투기세력과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나.
A. 그렇다. 분양을 저렴하게 하는 방향으론 투기를 근절하기 어렵다. 하지만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월세로 제공하면 투기수요는 꺾일 수밖에 없다. 국가는 자금 조달 측면에서 강력한 우위를 갖고 있다. 또 정부부처와 협력으로 인허가를 얻어 임차인에 유리한 주택사업을 설계할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주거야 말로 정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주거 안정을 시작으로 좋은 도시를 만들어 일자리도 넘치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들이 믿고 지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