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새벽·당일·1시간…'쿠팡發 배송 전쟁' 속 노동자는 운다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로켓배송(익일 배송)'을 앞세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한 쿠팡의 영향으로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선 배송 전쟁이 한층 더 격화하는 양상이다. 더 저렴하게, 더 빨리, 더 많이 배송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배송기사의 근로환경 개선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송기사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로서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요금제를 도입해 배송기사의 수입을 보장하고, 야간 노동자들의 과로 방지를 위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새벽배송·당일배송·1시간내배송 등 배송 시간을 단축하려는 유통업계 내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쿠팡이 NYSE 상장에 성공하고 상당한 자금 수혈을 통해 전국에 더욱 촘촘한 물류망을 확보하는 만큼, 살아남기 위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쟁은 더 치열해진 것이다.
홈플러스는 슈퍼마켓 브랜드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자사 온라인몰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1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국 253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직영점 인근(2.5km내) 고객이 모바일 앱이나 온라인 사이트 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즉시 배송' 코너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매장 '피커'가 상품을 찾아 배송한다. 배송은 배달대행업체가 한다.
롯데온은 '릴레이 배송'을 통해 배송 시간 단축을 노리고 있다. 기존 배달기사는 거점 지역까지만 배달하고, 마지막 현관까지의 구간인 '라스트마일' 배송을 하는 '플렉서'가 최종 목적지까지 오토바이, 도보 등으로 배달한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지정일 배송'과 '오늘 도착' 등이 포함된 배송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오늘 도착' 서비스는 소비자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 등에서 오전 10시까지 주문한 상품은 당일 오후까지, 오후 2시까지 주문한 상품은 당일 저녁에 배송하는 것이다.
11번가도 물류 IT 스타트업인 바로고의 지분 7.2%를 획득하며 물류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문제는 아직 배송기사에 대한 근로 환경 개선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다면, 배송기사 과로사 문제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강민욱 교선국장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빠른 배송 경쟁이 심화할수록 노동자들은 죽어 나갈 것"이라며 "현 상황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이 직고용보다는 위탁업체를 통해 배송기사를 고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이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 이익을 위해 소수 인원을 가지고 더 많은 양의 배달을 더 빨리해야 할 것이고, 이로 인한 근로자의 과로는 개인이 감당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롯데온의 '플렉서'처럼 일반인이 배송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강 국장은 "예전에도 CJ대한통운이나 우체국에서 위탁업체를 통해 비슷한 서비스를 했다"며 "이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택배 단가가 더 낮아지기 때문에 일자리 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일반인 배송을 하는 이유가 가격경쟁력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단가 내리기'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단가가 떨어질수록 배송기사는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더 많이 배송해야 하는 압박을 받으며 일해야 한다.
강 국장은 "(배송기사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최저요금제가 시행돼야 하고, 야간근무 노동자들을 위해 근무 인원 증원, 휴식시간 늘이기 등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