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40)] 글로벌 방산강소기업 나오려면 중소·벤처기업 육성 효과 진단에 관심 기울여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03.18 09:16 ㅣ 수정 : 2021.03.18 09:35
다양한 지원사업 펼치고 예산도 대폭 확대했지만 방산강소기업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 없어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 올해 사업 예산 1767.4억으로 확대…부품국산화 분야 4배 이상 증가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4일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한국방위산업학회와 한국국방안보포럼이 공동 개최한 ‘방위사업청장 초청 방산간담회’에서 2021년 방위사업 추진방향 5가지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한 방향인 ‘방위산업 역량 강화 및 수출산업화’에 방산 중소·벤처기업과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강 청장은 이 분야의 추진 과제로 ① 국내 개발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 ② 국방 중소·벤처기업 성장 및 일자리 창출 지원, ③ 자율적 혁신 유도를 위한 제도 발전, ④ 수출형 산업구조로의 전환 지원 등 4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국방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진입→성장→도약→확장 등으로 구분하여 성장 단계별로 지원 사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2021년 방산 중소·벤처기업 지원사업’ 가이드북에 따르면, 국방벤처 지원, 글로벌 방산강소기업 육성, 부품국산화 개발지원, 무기체계 개조개발 지원 등 총 10가지 지원사업의 예산규모가 2020년 937.8억원에서 2021년 1767.4억원으로 대폭 확대된다. 특히 부품국산화 지원 예산은 202.7억원에서 854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같이 정부가 방산 중소·벤처기업 등 방위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각종 지원사업에 예산을 투자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973년부터 반세기 동안 방산물자·업체 지정제도가 시행돼왔고, 1999년 부품국산화 제도를 마련했으며, 2003년 국방·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국방벤처센터도 설립했다.
■ 여러 제도와 지원 지속됐지만 산업 육성 효과 진단은 이뤄지지 않아
방위사업청이 창설된 이후에도 방산육성자금 융자 지원사업(2006년), 핵심부품국산화 개발 지원사업(2010년), DQ마크 인증제도(2011년), 글로벌 방산강소기업 육성사업(2014년) 등 방산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이 시행된 지는 상당기간이 경과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방산강소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방산 중소·벤처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을 위한 제도를 신설하거나 지원사업 예산을 확대하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의 효과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여전히 경영 여건이 어려우니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리만 계속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 지원을 계속 확대해 나가도 그만큼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예산을 투자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지만 수혜를 받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해 성과를 조사하고 산업 육성 효과를 진단하는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시행된 방위산업발전법에도 방산 중소·벤처기업 성장 지원(제10조)과 방위산업 실태조사(제6조)에 대한 근거는 신설됐지만 이들 기업이 실제 성장하고 있는지 조사·진단하는 근거는 모호하다.
■ 성장 여부 조사·진단에 관심가져야 효율적 예산 사용과 제도 보완 가능
이와 관련,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국가연구개발 사업처럼 방산 중소·벤처기업 지원사업도 종료 후 일정기간 동안 성과를 추적 조사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실태조사와 별개로 방위산업 육성 효과 진단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장 여부에 대한 조사와 진단에 관심을 기울여야 예산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하고 제도도 보완된다는 의미다.
나아가 정부 지원사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지원사업 확대 수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위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통상 지원사업 수혜를 받은 기업은 매출과 고용인력이 잠시 증가할 수 있으나 수출형 기업으로 전환될만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예산지원이 종료되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질적 성과 창출을 목표로 관련 제도를 새롭게 보완해야 글로벌 강소기업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방위사업청도 이를 인식해 올해 진입→성장→도약→확장 등 성장단계별로 중소·벤처기업 지원사업을 연결시켰다. 즉 진입은 컨설팅 사업, 성장은 국방벤처지원 사업, 도약은 부품국산화 개발사업, 확장은 글로벌 방산강소기업 육성사업과 연결된다.
■ 성장단계를 모두 거친 기업 ‘히든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하는 육성 틀 필요
하지만 지원사업만 각 단계에 연결시킨 것이지 해당 기업이 어떤 성장 단계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방식이 성공하려면 성장, 도약, 확장 단계별로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하고 지원제도를 효과적으로 연계함으로써 확장 단계를 거친 기업이 ‘히든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하는 육성 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형곤 센터장도 “지원사업 예산이 증가한다고 반드시 산업이 육성되지는 않는다”며 “우수한 중소·벤처기업이 원천기술을 개발·축적한 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육성 메커니즘이 구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생산 위주의 현행 부품국산화 제도를 원천기술 개발을 유인하는 기술국산화 방식으로 재편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방위산업발전법이 시행되는 원년이다. 향후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방산강소기업이 나오려면 중소·벤처기업 지원사업 확대를 넘어 지원성과를 추적 조사하고 방위산업 육성 효과까지 면밀히 진단하는 정부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방산 전문가인 강 청장이 이 분야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