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변신 꾀하는 '유통 공룡' 롯데, '바이오 공룡'으로 거듭날까

강소슬 기자 입력 : 2021.03.23 17:44 ㅣ 수정 : 2021.03.23 17:44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인수 및 JV 설립 등 거론 / 롯데 "바이오 사업 투자, 아직 결정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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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유통 공룡'이란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롯데그룹의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1948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바이오산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롯데의 양 날개는 유통과 화학 사업이었다. 하지만, 중국 사드보복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노 재팬), 코로나19 사태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만큼 바이오산업은 신동빈 회장이 그룹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 롯데, 신약개발 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과 협력 논의 중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롯데지주가 바이오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논의 중인 업체는 1999년 창업한 신약개발 벤처기업인 엔지켐생명과학이다. 롯데지주는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일부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최대주주의 보유 지분 일부 매입 또는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최대주주 손기영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8.96%이다.

 

롯데는 이와 별도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신성장 과제들에 대한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 중”이라면서도 “바이오 사업은 그 대상 중 하나로, 현재 구체적인 투자 방식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 변화 강조해오던 신동빈 회장, 신사업으로 바이오 사업 눈독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 사장단 회의에서 “과거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며,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롯데는 신사업 진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보이며, 바이오 사업은 이 과정에서 검토됐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이 엔지켐생명과학을 바이오 산업 진출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신약 개발과 위탁생산(CMO)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멀티 능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녹용에 들어 있는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신약 EC-18을 개발 중이다. 해당 물질은 코로나19 치료제, 항암제, 구강점막염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허가를 받아 임상 2상 중이다.

 

또한, 40여종의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하는 자체 공장도 가동하고 있어 롯데가 CMO사업에 진출한다면 최적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와 같은 대기업들이 먼저 바이오 사업 진출해 투자금 회수를 성공적으로 하는 만큼 성공 사례가 롯데그룹에 자극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가 주력으로 하는 유통, 화학과 달리 바이오 사업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점도 신사업으로 선택하게 된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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