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 칼럼니스트 입력 : 2021.03.30 09:13 ㅣ 수정 : 2021.03.30 09:13
침대 없이도 침대의 장점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는 마법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과거 침대 광고의 공식은 이랬다.
잠옷이나 야한 속옷을 입은 미녀가 등장한다. / 화장도 지우지 않은 풀 메이크업으로 침대에 옆으로 눕는다. /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 메트리스가 인체공학적으로 몸을 감싸는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 제품의 장점과 기능적 특징들이 CG와 그래픽으로 표현된다. / 편하게 잠자는 모습으로 마무리 된다.
초창기 시몬스 침대 광고도 이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특히 제품의 핵심 차별화 요소인 포켓 스프링에 대한 어필에 주력하였다.
사람이 자고 있는 침대 한쪽 옆으로 볼링공도 떨어뜨리고 사람도 뛰어 내린다. / 침대의 한쪽에서 난리가 나도 반대편에서는 전혀 흔들림 없이(?) 잘 자는 모습을 보여준다. / 그래서 컨셉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다. / 금발미녀에서 다양한 모델로, 심지어 아인슈타인까지 모델로 등장하는 등 모델과 표현 방식은 많이 변했지만 컨셉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랬던 시몬스가 공식을 깨는 것을 넘어 침대가 아예 나오지 않는 파격적 침대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에는 피곤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흔들거리는 사람들과 생생하게 흔들리지 않는 한 사람의 대비를 보여주고 있을 뿐 잠에 대한 언급도 침대도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자동차가 나오지 않는 자동차 광고, 치킨이 나오지 않는 치킨 광고만큼이나 파격적이다. 이러한 광고 표현상의 변화는 수면(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해석의 결과다.
과거 광고가 수면의 순간과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의 광고는 잠을 자고 난 후 결과인 심신의 상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침에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피곤해 보이는 친구나 동료를 보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너 어제 제대로 못 잤구나?”
제대로 잠을 못 자는 이유는 고민이 많아서, 아기가 울어서 등 수만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다른 이유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이유는 바로 잠자리가 불편해서다. 그리고 그 잠자리의 중심에 침대가 있다.
최근 침대 광고의 공통점은 잠을 잘 자고 난 후 시작하는 활기찬 일상의 모습을 통해 수면의 가치와 제대로 된 수면을 가능하게 하는 침대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몬스의 경우 제대로 못 자서 흔들거리는 사람들과 제대로 잘 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는 두 부류의 인간들을 시몬스 침대에서 제대로 잔 사람과 시몬스 침대가 아닌 침대에서 제대로 못 잔 사람들로 대비 시킴으로써 침대가 나오는 그 어떤 침대광고 보다 더 설득력 있는 광고를 만들었다.
철학적으로 표현하면 눈에 보이는 “현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본질”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몬스 침대 광고는 소비자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key insight)를 포착하여 광고 소재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광고 Creativity와 매체 집행의 시너지다. 훨씬 비싼 광고비를 지불하면서까지 프로그램의 주요 장면이 끝난 직후 주목도가 가장 높은 중간 광고 첫 번째로 집행한 것은 광고의 주목도를 높인 신의 한 수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